동국제강 등 측판, 캐비넷 물량에 중국산 HR 적용
중국산 GI로는 까다로운 가전사 품질요건 충족 어려워
제품가격 인하 주범, 업계 내 원성도
국내 냉연 제조업체들이 가전사에 공급하는 컬러강판에 중국산 열연강판(HR)이 원자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용 컬러강판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품질 문제로 중국산 HR 적용을 기피해왔었다. 특히 냉장고나 세탁기 측판, 캐비넷 등 상대적으로 저급 품질에 속하는 물량조차 국산 HR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HR을 수입해 냉연 판재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중국산 HR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등 HR을 수입해 컬러강판까지 냉연 판재류 전 공정에 걸쳐 제품 생산이 가능한 만큼 이 업체들은 일부 가전용 컬러강판에도 중국산 HR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컬러강판의 원자재인 용융아연도금강판(GI)은 중국산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HR에서 GI를 만들어 도료를 입혀 컬러강판을 직접 생산하는 두 업체는 중간 공정이 많은 만큼 중국산 저품질 제품을 어느 정도 희석시킬 수 있지만 GI를 구매해 컬러강판을 만드는 경우 품질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소둔강판(FH)이나 GI를 구매해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강판이나 세일철강 등은 품질 면에서 더 안정적이지만 원가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중국산 HR을 사용하는 경우 가전사들의 높은 품질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 중국산 HR 품질 개선과 국내 업체들의 기술 수준도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국내 컬러강판 업체들이 중국산 HR을 적용한 것은 결국 가전사들의 영향이 크다. 지속적인 가격인하 압박은 결국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중국산 HR 적용이 제품가격 인하로 이어져 전반적인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HR 적용을 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니 계속해서 더 싼 원자재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며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