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인정받아요.”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2015 제3회 한국산업대전’에 참가한 베어링 업체들이 인터뷰 중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유럽, 미국, 남미, 일본, 독일, 동남아 등 세계에서 인정받는 국산 베어링이 오히려 국내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것이다.
국산 베어링이 저평가되도록 만든 것은 엉망인 중국산 베어링이었다.
중국의 베어링 제조 초기 몇몇 중국 업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베어링을 마구 찍어낸 뒤 우리나라 브랜드를 위조·부착해 수출했다. 몇주도 지나지 않아 그 베어링은 제 역할을 못하고 쪼개지기 시작했고 적용한 기계들은 고장이 나 버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 업체들은 불량 베어링 제조업체라는 누명을 쓰게 됐고 많은 수요가들은 일본산 베어링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으로 누명을 벗고 국내외 수요가들의 신뢰를 회복한 편이지만 여전히 일본산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현재 국산 베어링 업체들은 그릇된 평판 속에서 중국,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러시아 등과의 기술제휴로 고품질 다품종 생산에 나선 중국 업체들과 수요가들의 후한 품질 점수에 엔저까지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이 수요가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을 억울해할 뿐이다.
11일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인 일본 미네베아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동종업체인 일본정공과 가격을 담합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동부대우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사에 납품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독일 셰플러 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셰플러코리아와 일본 업체인 제이텍트가 자동차용 베어링 납품가격 담합행위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국산 베어링에 대한 수요가들의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