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금융위기 보다 어려웠던 2015년 “잘 버텼다”

IMF·금융위기 보다 어려웠던 2015년 “잘 버텼다”

  • 스틸마켓
  • 승인 2015.12.0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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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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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15년 국내 철강시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자동차와 조선 등 수요산업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악전고투가 지속됐던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판매경쟁이 보다 강화되고 있고 해외에서는 점차 높아지는 수입규제와 환율전쟁으로 인해 수출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원료가격 하락과 철강 수요 부진은 철강재 가격이 연초 대비 30% 이상 떨어지면서 각 업체마다 외형 유지가 사실상 어려워졌고 금융권의 여신 압박에 불황 속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M&A가 속속 터져 철강업계 구조개편이 본격화 된 한 해이기도 하다. 
현재로선 내년에도 세계 및 국내 경제가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은 부족하다. 다만 올해 철강업황이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힘들었다는 점에서 저점 탈출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수요산업의 더딘 회복으로 과거와 같은 활황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스틸마켓은 올해를 마무리하는 12월호에서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철강시장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하고 회고함으로써 앞으로 펼쳐질 시장 변화에 대해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정리한 내용 중에서 일회성 이벤트 성격의 이슈가 있었던 반면에 수년째 이어지는 이슈 또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이슈는 앞으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지난 몇년 간 공급 과잉의 심각성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고 앞으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 공급과잉의 무게는 더 크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결국 철강업계의 성장전략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게 재구성돼야 할 것이다.
올해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면서 업계가 대면하고 있는 현안들을 확인하려고 한다. 이어 각 품목시장의 구체적인 이슈도 살펴보면서 불황 탈출을 위해 단기 혹은 중기 방향성을 유추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자. <편집자 주>


현대제철이 쥐고 있는 업계 구조개편
올해 철강업계 가장 큰 이슈라고 꼽는다면 구조조정 또는 구조개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철강 산업이 후방산업의 침체와 함께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내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대제철은 업계 구조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앞으로도 그 영향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철강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른 현대제철은 올해 현대하이스코의 잔존사업을 모두 통합하고 SPP율촌에너지마저 인수함으로써 국내 최대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종합제철 회사로 거듭났다. 이러한 현대제철의 광폭 행보로 인해 내년에 본격화 될 동부제철 매각 작업에서도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10년 일관제철소 사업 시작 이후 엄청난 속도의 투자,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고 지난해 동부특수강을 인수함으로써 특수강 및 선재사업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기도 했다.
특히 하반기부터 현대제철이 동부제철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사항이다. 아직 현대제철은 당장 동부제철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매물로 나올 경우 충분히 검토에 들어갈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이 동부제철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CGL 라인 추가 증설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추가적인 CGL 라인 증설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복안 중 하나가 동부제철 인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부족한 열연강판 문제를 동부제철의 전기로 열연공장의 재가동으로 대안을 삼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설득력을 갖게 한다. 
현대제철이 동부제철 인수까지 염두에 두는 것은 자동차강판이 첫째 이유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자동차 물량의 50% 정도를 담당하고 있고 이는 그룹 내에서 꾸준히 유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늘어나면 현대제철의 자동차강판 판매량도 더욱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로선 수급이 매우 타이트하다.
동부제철은 과거 월 1만톤 이상을 현대기아자동차에 공급한 바 있다. 최근에는 현대제철의 점유율 확대로 물량이 3,000~4,000톤 수준까지 줄어들었지만 자동차강판 생산에 큰 문제가 없고 이미 제품 인증까지 확보가 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강판 생산이라는 주목적 외에도 강건재 수요 확대도 기대할만 하다. 알루미늄 도금강판과 석도강판과 같이 현대제철이 설비를 갖추지 못한 틈새시장 공략도 가능하다. 
현재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동부제철 매각 준비작업이 진행 중이고 빠르면 연내 매각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대제철의 움직임에 철강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 겪은 포스코
업계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이 일취월장하고 있지만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인 포스코는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는 둘째 치고 연초부터 시작된 검찰의 비리수사 여파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업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임 경영자와 전현직 임원들의 경영비리에 대한 조사가 8개월여 진행되다가 11월 중순에서야 마무리됐다. 재판을 통해 비리에 대한 처벌 결정이 남았지만 ‘제철보국’의 포스코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위기였음이 분명하다.
게다가 권오준 회장 취임 당시부터 강력하게 밀어 붙였던 ‘혁신’정책이 뚜렷한 결과물을 보이지 못한 가운데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보다 강도 높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권오준 회장은 쇄신안 발표에 앞서 “최근 회사를 둘러싸고 국민과 투자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하고, “현재의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다시는 유사한 사례가 발행하지 않기 위해서 근본적이고 강력한 쇄신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5대 경영쇄신안은 ▲사업포트폴리오의 내실 있는 재편성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 구현 ▲거래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 ▲윤리경영을 회사운영의 최우선순위로 정착 등이다.
‘사업포트폴리오의 내실있는 재편성’은 철강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둘째, ‘경영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는 투자실명제를 더욱 확대하여 투자관련 공과(功過)에 대해 상벌(賞罰)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외부 역량을 활용하여 사업 리스크를 검증하고 성과주의 등을 강화해 투자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과거 투자 실패와 경영부실 관련 임원 43명은 그 책임을 물어 인사조치 됐다.
셋째,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 구현’을 위해서는 능력 중심의 투명한 인사 정책을 강화하여 경영역량을 제고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해 사업 추진역량을 높이고 순혈주의에 대한 외부 우려도 해소시킨다는 계획이다.
넷째, ‘거래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을 위해서는 계열사와의 거래를 포함한 모든 거래는 100%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거래관련 청탁도 원천 차단해 구매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가기로 했다. 
다섯째, ‘윤리를 회사 운영의 최우선순위로 정착’은 윤리의식을 더욱 높여 조직 내 잠재된 불필요한 비용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품수수/횡령/성희롱/정보조작 등 4대 비윤리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위반자를 즉각 퇴출하는 무관용 원칙(One Strike Out)을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이 가운데 계열사 구조조정을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계열사 반 정도를 줄이고 해외 계열사는 더 많이 정리할 계획이다. 골치를 앓았던 포스코플랜텍은 자금지원 대신 워크아웃을 실시키로 하면서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내년에는 더 많은 국내외 계열사들이 매각 또는 청산을 통해 정리될 예정이다. 
포스코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사한 가운데 포스코 자회사 및 손회사에도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 손회사인 SPFC는 군산사업소를 동명스틸에 영업양도를 결정했다. SPFC의 모회사인 포스코P&S는 지난 2010년 말에 동명스틸의 군산공장을 인수해 군산SPFC로 운영하다 2013년에 광양공장, 포항공장과 함께 SPFC로 통합한 바 있다. 군산사업소 영업양도는 부실이 있는 계열사를 처분하겠다는 포스코의 구조조정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한편으론 포스코P&S와 SPFC의 구조조정은 부실사업은 정리하면서 주력인 후판 가공사업의 경쟁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해진 모습이다. 실제로 포스코P&S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뉴알텍(현 대창아이티)을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대창스틸에 매각한 바 있다. 
 
“불황이다 보니”…허리띠 졸라매는 철강업계
불황은 기업으로 하여금 일차적으로 비용지출을 줄이게 한다. 그런 측면에서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불황을 가늠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철강 및 비철금속 업계 중 지난해 4분의 1가량이 평균 임금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파악돼 오랜 불황의 단면을 보여줬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장된 철강업체와 비철금속업체 총 79개사 중 28%에 해당하는 22개사에서 2014년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2013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강업종의 평균 급여 감소가 비철금속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철강 58개사 중 32%인 18개사가 급여가 감소한 반면에 비철금속 21개사 중에서는 19%인 4개사만이 낮아졌다.
철강업체 중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줄어든 곳은 대한제강, 동국산업, 동부메탈, 동양철관, 동일산업, 동일철강, 부산주공, 스틸플라워, 신화실업, 쎄니트, 에쎈테크, 영흥철강, 유니슨, 코센(구 디에스제강), 태웅, 포메탈, 한국선재, 한국특수형강 등 18개 업체로 파악됐다.


이처럼 상당수 기업들의 급여가 낮아진 이유는 개별 업체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시황 부진에 따른 가동률 하락으로 생산직 근로자들의 수당과 성과급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부 업체의 경우 임금 일부 반납 등으로 위기상황을 돌파하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평균 급여가 낮아진 이유에 대해 A사 한 관계자는 “시황 부진에 따른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현장 임직원 총 임금이 감소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을 필두로 사무관리 직원조차도 2~3개월의 임금을 자진반납 한 것이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B사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성과급이 감소해 평균 급여가 줄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특성상 현장 근무조건 변화는 근로자들의 지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철강금속 업종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결국 어려운 시황이 이어지고 공장가동률이 떨어지자 수당 폭이 줄어들면서 근로자들의 평균 급여 감소로 나타났다.
 
동국제강, 후판사업 구조조정 단행
동국제강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후판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민 끝에 포항2후판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후판 생산은 당진공장 한 곳으로 집중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동국제강은 국내 조선산업의 부진과 현대제철의 후판사업 진출, 꾸준한 수입재 유입 등으로 후판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기로제강과 냉연사업도 고전하고 있지만 수년 간 후판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후판공장의 가동률이 고정비 창출이 안 될 정도로 떨어지면서 후판사업에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이 필요했다 .


이러한 고민의 일환으로 지난해 후판부문의 사업분리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고 올해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포항2후판(연산 175만톤 규모) 공장의 폐쇄라는 극단의 선택을 내렸다. 이에 앞서 동국제강은 지난 2012년 6월에 노후화 된 포항 1후판(연산 80만톤 규모)을 폐쇄하고 설비를 매각한 바 있다. 이후 총 313만5천톤의 후판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실제 생산량은 2012년 262만톤, 2013년 186만톤, 2014년 172만톤에 그치며 갈수록 저조한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동국제강은 후판 원자재인 슬래브를 전량 외부에서 조달하는 압연업체여서 다른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가경쟁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연평균 슬래브 구매가격이 2013년에 비해 톤당 1만원 안팎으로 오른 데 반해 후판 판매가격(내수 기준)은 톤당 5만원가량 하락했다. 원가는 올랐지만 오히려 제품가격이 떨어져 수익 창출이 어려웠던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각 공장별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적정한 가동률을 확보하지 못해 장치산업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포항 2후판은 지난 2013년에 57.92%의 가동률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5.77%로 더욱 낮아졌다. 2013년 72.99%의 가동률을 기록했던 당진공장은 지난해 62.26%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주력인 당진공장의 가동률 하락에 동국제강의 고심이 깊어졌다. 이로 인해 두 곳의 생산라인을 한 곳으로 일원화하여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도출하고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포항 2후판 공장의 생산 중단 결정을 내렸다. 생산 단일화 이후 당진공장 가동률은 100%에 근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국제강은 조직슬림화 및 통폐합에 역점을 둔 보직변경 및 해임절차에 들어가며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작업을 지속했다. 이로 인해 남윤영 사장 등 임원 9명에 대해 7월 1일부로 보직해임 하는 한편 기존 공장장 및 영업 조직을 후판, 봉강, 형강, 냉연 등 4개 품목별 사업본부장의 통합 관리시스템으로 통폐합해 조직슬림화를 꽤했다. 
그룹 총수인 장세주 회장의 법정 구속은 경영리스크를 불러왔으나 장세욱 부회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결속을 다지면서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인해 연말 화입을 계획했던 브라질 CSP제철소의 가동을 6개월 정도 연기를 결정해 후판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의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철강제조社 외형 줄었어도 수익성 ‘개선’  
지난 상반기 철강 제조사들의 외형은 축소됐지만 수익성 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전반적인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제품 판매단가가 떨어지면서 매출이 줄었지만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익 규모를 키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57개 주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2015년 상반기 경영실적 조사(금융결제원 반기보고서 기준)에 따르면 전기로제강, 스테인리스냉연, 단조, 주조 등 4개 업종을 제외하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다. 같은 업종에서도 업체에 따른 희비가 엇갈렸다.
대표적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전기로제강의 경우, 동국제강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의 매출은 모두 감소했다. 동국제강이 올해 유니온스틸을 합병하여 단순히 전기로제강사로서 매출을 높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나타난 것과 달리 여전히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매출이 가장 크게 감소한 업종은 냉간압연(-40.4%), 강관(-19.4%), 특수강(-13.3%), 일관제철(-10.3%), 선재(-9.9%) 등의 순이었다. 냉간압연 업종 매출이 크게 감소한 이유는 최대 업체인 동부제철이 열연사업 철수와 인천공장이 물적 분할로 실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대부분 업종에서 매출이 감소한 반면에 영업이익은 스테인리스냉연, 강관, 단조, 선재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크게 늘었다. 수익성 중심의 영업을 강화한 성과이기도 하지만 상반기 내내 하락했던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4%에서 7.4%로 상승했다. 일관제철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9.7%로 가장 높았으며 특수강(7.6%), 주조(5.4%), 선재(4.7%), 냉간압연(4.0%)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합금철 업체도 3.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 한 숨 돌리는 분위기였다.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부채가 줄긴 했지만 자본 역시 줄면서 업계 전체적으로는 소폭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상반기 경영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규모가 큰 일관제철 2개사를 제외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57개사의 매출 합계는 31조6,436억원이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제외하면 11조1,172억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마찬가지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에서도 일관제철 사업자들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7.4%를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2개사를 제외하면 절반 이하인 3.1%로 줄어들었다. 순이익률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0.6%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업계 전체적으로는 1천원을 팔아 74원을 남겼고 주머니에 39원을 챙겼는데, 덩치 큰 일관제철 사업자를 제외하면 31원을 벌어서 고작 6원만 수중에 쥘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층 심화된 철강 무역규제   
올해도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무역규제는 그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당한 무역규제가 명백한 오류라는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국제무역법원이 한국산 유정용강관(OCTG)에 내려졌던 반덤핑관세 부과에 대해 조사방식의 문제점을 들어 재검토 할 것을 판결했다. 미국의 반덤핑관세 부과가 명백한 오류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9월 초 미국 국제무역법원(US Court of I nternational Trade, 이하 CIT)은 한국 철강업체와 미국 정부 간의 재판에서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부과한 반덤핑관세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결했다.
CIT는 미국 상무부가 정상가격 산정 시, 부적합한 증거자료를 사용해 수익 계산을 잘못했다고 판정을 내렸다. 또한 다른 종류의 유정용 강관을 취급하는 한국 업체를 별도로 조사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인정했다.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반덤핑 판정의 주요 근거가 되는 한국산 유정용강관의 내수가격이 사실상 없어 정상가격 산정을 위해 아르헨티나 기업인 테나리스(Tenaris)사의 수익 정보를 기반으로 정상가격을 산정했다는 점이다.
상무부가 한국 업체에 추가정보를 제공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고 상무부의 증거 채택이 한국기업에 불리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덤핑마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CIT 판정내용을 반영해 재조사를 실시하여 11월 2일까지 후속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이번 CIT의 판결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WTO 제소건에도 한국에 유리하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13년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에서 무혐의가 내려졌으나 이를 번복하고 반덤핑관세 부과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최종판정에서 현대하이스코(현 현대제철)와 넥스틸에 각각 15.75%, 9.89%, 기타 모든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12.82%의 덤핑마진을 부과했다.
반면에 라인파이프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판정은 OCTG와 같이 산업피해를 끼쳤다는 판정을 받았다. 미국 상무부와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0월 6일 한국산 송유용강관(라인파이프)에 대한 반덤핑(AD) 및 상계관세(CVD) 최종판정 결과를 발표하며, 세아제강과 현대하이스코(現 현대제철 강관사업부)에 각각 2.53%, 6.19%를 부과했고 넥스틸과 동부제철, 동양철관, 미주제강, 삼강엠앤티,  풍산, 창원벤딩,  휴스틸, EEW코리아 등에게는 4.36%를 내렸다. 상계관세 최종판정에서는 넥스틸과 세아제강이 각각 0.28%, 0.44%를 부과 받았고 다른 11개사는 미소마진 판정을 받았다.
 
내진 설계 의무화, 선택 아닌 필수  
올해 발생한 네팔 대지진 참사로 인해 최대 1만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재해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언제든 우리 앞에 닥칠 천재지변으로 생각해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0년 국민안전처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일어날 경우 11만명, 7.0이면 67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내진 설계 의무화, 시설물 안전 강화 등의 제도적 대응은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층수 관계없이 모든 건축물을 내진설계 하도록 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2층 이하, 연면적 1,000㎡ 미만 건물은 내진설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아직도 빈틈이 존재한다.
기술적, 제도적 대응이 아무리 충실해도 실제 사용자, 관리자들의 실행과 안전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일련의 안전사고들이 대부분 관리부실과 도덕적 해이로 일어난 인재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자재비 절감과 편의를 위해 원산지 표시 위반, 롤마크 위조, 중량 미달 등 품질 보증이 안 된 불량 자재 사용을 눈감아 주는 행위는 국민의 재산보호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내진설계 적용 대상인 전국의 공동주택 30만7,000여 동 가운데 규정에 부합한 건물은 약 60%에 불과했다. 특히 인구 과밀화 지역인 수도권 지역의 공동주택 내진설계 비율은 30~40%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내진성능평가 의무 대상 확대와 내진 대응과 관련한 사회적 공론화 및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로에 놓인 전문압연업체, 생존방안 찾아라
철강 제조업체를 크게 상공정과 하공정 업체로 나눌 수 있다. 상공정을 고로 또는 전기로를 가지고 쇳물을 생산해 최종 제품까지 생산하는 업체라 한다면 하공정은 소재를 구매해 단순히 압연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말한다.
그래서 이들 업체를 단압(단순압연) 또는 전문압연업체로 구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냉간압연, 봉형강압연, 특수강 압연, 스테인리스 냉간압연, 후판압연 등을 들 수가 있다. 강관 역시 소재인 핫코일을 구매해 조관하여 파이프를 제조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로는 하공정 업체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에서 쇳물을 만드는 업체는 일관제철 사업자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해 전기로 제강사(특수강 포함) 등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하공정이자 전문압연업체가 주를 이룬다. 국내 철강산업은 쇳물 생산 이전에 전문압연업체들의 성장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철강산업이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으면서 이들 전문압연업체들의 경영은 갈수록 악화되면서 향후 지속생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철강 제조업체들의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불황기에도 상공정 업체들의 이익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반면에 하공정인 전문압연업체들은 수익성 구현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적자 경영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철강 제조업체들의 경영실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황 악화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으로 인해 상당수 업체들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이 높아지며 수익성은 나아졌다. 다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관제철 2개사를 제외하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를 전문압연업체로 한정할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단순압연의 사업구조가 갖는 한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 호황기에는 단순압연만으로도 시장의 흐름에 편승할 수 있지만 불황기가 장기화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한계점만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CO₂ 배출권 거래제 시행 … 철강업계 위기감 ‘증폭’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올해 1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철강업계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경영 위기...

<자세한 내용은 스틸마켓 12월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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