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징콕스 인수…제강분진 업계 지각변동

고려아연, 징콕스 인수…제강분진 업계 지각변동

  • 비철금속
  • 승인 2016.01.1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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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김간언 kuki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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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 유지·지분 관계 등 해결 문제 산재

  고려아연이 징콕스코리아(이하 징콕스) 인수 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제강분진 재활용 업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징콕스는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실패로 인한 채무 상환 불능으로 인해 전체 주식의 90%를 고려아연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역시 징콕스가 채무를 상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실상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월 중순 이후 인수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서는 결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콕스 인수 작업에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 있어 이 과정 하나하나가 국내 제강분진 재활용 업계에 이슈가 될 듯하다.

  우선 고려아연이 징콕스를 인수하게 되면 징콕스와 8개 제강사 간의 ‘10년간 제강분진 무상처리 및 독점 MOU’가 유효하냐다.

  고려아연은 약 18년 전 제강사들에게 해외의 사례를 들며 제강분진 재활용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당시 제강사들이 처리 비용에 대한 큰 부담을 나타내며 사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LME 아연 가격이 폭락해 채산성이 매우 낮아진 상황에서 무상처리를 기본으로 하는 기존 MOU를 원치 않을 수 있다.

  반대로 고려아연이 MOU 지속을 원하더라도 제강사들이 MOU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제강분진 발생량이 처리능력에 미치지 못하지만 MOU가 끝나는 약 8년 후에 국내 제강분진 처리능력이 크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강분진 재활용 업체 중 한 업체라도 제강분진 확보 실패로 사라지게 되면 국내 제강분진 처리 능력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

  국내 제강분진 발생량이 처리 능력을 상회하게 될 경우 고려아연을 비롯한 타 제강분진 재활용 업체가 제강분진 처리 비용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상당수 제강사가 고려아연으로부터 아연을 구매하고 있어 제강분진 처리 비용 협상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제강사가 MOU를 무효화하고 시장 경쟁에 따라 제강분진을 공급해 처리능력 과잉이 유지되도록 하는 전략을 고민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제강사가 미래의 우려를 지나치게 의식해 MOU를 무효화하기에는 제강사 간의 입장 차이가 존재해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조만간 제강사들이 모임을 갖고 MOU에 대한 생각과 각기 입장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려아연이 징콕스를 어떤 방식으로 인수하느냐 역시 큰 관심사이다. 현 상황에서 징콕스는 고려아연의 자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 징콕스는 외투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 징콕스는 지난 3년 여간 경주시로부터 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임대받고 조세를 감면받아 왔다.

  고려아연이 징콕스의 주식 90%를 양도받으면 공장부지 임대와 조세 감면 해택 등으로 인한 약 80억원을 경주시에 반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이 고려아연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징콕스가 외투 기업 지위를 유지하려면 영국 징콕스가 징콕스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고려아연이 징콕스 지분의 70%만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영국 징콕스 본사와의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채무 관계 역시 모두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고려아연이 징콕스를 즉시 정상화할 운영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다. 고려아연은 세계 비철금속 업계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굴지의 회사이다. 징콕스와 같은 중소형 회사 운영은 식은 죽 먹기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징콕스는 지난 3년간 수없이 설비를 고치며 정상화를 진행해온 업체이다. 배영철 대표와 임직원이 하나 된 모습을 기반으로 생산 정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징콕스 임직원은 RHF설비로 조산화아연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징콕스에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만을 보내게 되면 징콕스 특유의 동력이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가 마그네슘과 몰리브데넘 사업 등에서 실패한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운영 방식 차이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고려아연은 그동안 징콕스의 설비 가동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해 온 바 있어 설비 효율성 증대와 설비 보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국내 비철금속 업계에서 최고 위치에 있는 회사이다”며 “제강분진 재활용 업체를 운영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제강분진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강화되고 경쟁력 있는 업체만이 사업을 지속하게 되면 재활용 업체가 각광받는 시기가 올 것이다”며 “고려아연이 국내 아연 업계에서 독보적인 만큼 제강분진 재활용 업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려아연은 지난해 4분기 징콕스에 채무 상환을 재촉하며 유상증자 실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콕스는 영국 징콕스 본사를 통해 유상 증자를 시도했지만 투자 모집 실패로 고려아연에 채무 금액에 해당하는 주식을 양도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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