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오류종합철강단지는 2000년도에 조성됐다. 현재 남아있는 철강 및 가공업체는 대부분 15여 년의 업력을 자랑한다. 1970년대 조성된 온수산업단지와 인접해 있다. 도심 속에 왜 철강단지냐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15년 전만 해도 이곳은 지금처럼 대규모 주택단지가 형성되지 않은 부도심 지역이었다.

단지 조성 초기에는 철강경기가 좋았다. 이 때문에 많은 업체가 이곳에 입주해 단지 규모도 컸다. 하지만 지금은 나빠진 경기 때문에 부도를 내고 폐업을 하는 업체가 증가하며 예전보다 단지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 3~4년 전만 해도 업체를 방문해 보면 일감을 소화하느라 바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어렵다”며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였다.

한 철강유통업체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최고로 힘든 상황을 지내고 있다. 그나마 물건을 판매해도 이윤이 적게 남아 이곳에 입주해 있는 대표들은 우스갯소리로 차라리 생수 장사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부피만 컸지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지금의 철강 유통경기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슬리팅 업체 부성철강 김외도 대표는 수입재로 말미암아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국내 유통만 하다 보니 수입품에 시장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산의 경우 국산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가로 유통되기 때문에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입품을 근절시키는 방법이 없느냐”며 분한 감정을 토로했다.

이 두 업체 대표의 말이 이곳 오류철강단지 내 철강업체가 직면해 있는 상황을 대변해 주고 있다. 대부분 업체 대표들은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여러 묘안을 떠올려 보지만 좋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IMF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들에게는 ‘대공황’의 단어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지금의 상황은 벗어나기 힘든 공황(恐慌) 상태이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이다. 모두가 어렵다고 한숨을 쉬고 있는데 판매 호조에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는 업체도 있었다. 철근유통을 하는 양원철강 남송대 대표는 “사무실에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현장에 물건을 공급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주문이 그렇게 많이 들어오느냐의 질문에 “수도권 지역 연립주택 건설 붐이 한몫하고 있다”며 “한동안 소규모 유통으로 힘들었는데 요즘은 살맛이 난다”고 했다.

이곳 오류동의 동명은 예로부터 오류동 123번지 일대와 그 서쪽에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많이 심어져 오류골이라 불렸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나무가 숲을 이뤄 골짜기를 이루었던 낭만적이었던 곳에 종합철강단지가 들어서며 작게나마 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세월이 흐르며 지금은 그 명맥을 유지하기조차 힘든 상황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생업을 놓을 수는 없다. 불볕더위에도 온몸을 던져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웃 45년 된 온수산업단지가 현대식 기술융합스마트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오류철강종합단지 입주업체들의 기대감이 크다. 서울시가 영향권에 있는 자신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기대할지 모른다”며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의 그들은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겹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