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강 유통현장을 돌아보면 시장분위기가 어수선 하다.
10월 계절적 성수기 진입에도 불구하고 4분기 경기조차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냥 끝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특수강봉강업체들은 3분기 긴 부진의 터널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3분기는 계절적으로 봐도 가장 수요가 부진한 비수기다.
유통상가를 돌아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이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30년에 가까운 철강업에 종사해 왔지만 올해 7~9월과 같은 최악의 수요 부진은 처음으로 겪는다고 말했다.
바닥경기에 대한 체감을 유통현장에서 느끼는 전방 유통업체들과 달리 생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은 1~2분기 뒤 따라오는 것 같다. 유통에서는 글로벌 경기 부진을 이미 올해 초부터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업체들은 상반기까지 중국산 오퍼가격 상승 등으로 판매난을 못 느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건설중장비와 산업기계 부진에다 7월 중순부터 완성자동차 업체의 24회에 걸친 부분파업 돌입으로 단조업체들의 소재 구매가 줄어 수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죽하면 모 단조업체가 선친 때부터 해오던 단조공장을 정리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라고 말했을까.
소재를 구매하는데 시달리고, 하도급 업체로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납품가격을 맞춰 오다 보니 공장을 돌려도 남는 게 없다.
내수경기가 어려운 때 일수록 불신의 벽을 허물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이 되어야 한다.
생산업체들은 밀어내기 판매를 자제하고 유통업체들은 가격 탓만 내세우지 말고 긍정의 힘을 발휘해 본연의 업무인 숨어있는 수요처를 찾아내 다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