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도 ‘PPL’…영화‘재심’서 주물공장 나와

뿌리산업도 ‘PPL’…영화‘재심’서 주물공장 나와

  • 철강
  • 승인 2017.02.2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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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정수남 snju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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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현우 주물공장서 근무…용광로서 붉은 쇳물 흘러

네이버 영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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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에서 복역자들이 출소 후 주로 일하는 곳은 자동차 정비소이거나 폐차장, 중고차업체 등이 대부분이다.
실제 2006년 하반기 개봉한 강석범 감독의 ‘해바라기’의 주인공 오태식(김래원 분)은 살인죄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2008년 9월 개봉한 장훈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에서 주인공인 이강패(소지섭 분)와 장수타(강지환 분)가 주로 싸우는 장소를 폐차장으로 설정했다.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서도철 역)과 유아인(조태인 역)이 열연한 2015년 작품 ‘베테랑’의 주요 배경 역시 중고차 거래소였다.

이 같은 국내 영화의 타성을 극복한 영화 김태윤 감독의 ‘재심’이 눈길을 끌고있다.

15일 개봉한 이 영화는 2000년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운전사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극중 조현우(김하늘 분)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다방 배달오토바이를 몰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날 새벽 그는 오토바이를 몰고 약촌오거리를 지나다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피하다 넘어진다.

당시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운전사 살인사건으로 출동한 경찰은 현우를 피의자로 지목하고, 현우는 재판에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다.

카메라는 2016년.

이준영 변호사(정우 분)는 자신이 변호를 맡은 아파트 분양 관련 사건의 패소로 파산 위기에 처한다. 그는 연수원 동기이자 유망 로펌에서 근무하는 모창환 변호사(이동휘 분)에게 부탁해 해당 로펌에서 일할 수 있게 부탁한다.

영화의 주 배경인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네이버 지도

로펌의 구필호 대표(이경영 분)는 임시로 준영을 고용하고, 실력을 검증 한 후 정식으로 고용키로 한다.

준영은 구 대표 대신 나간 무료법률 상담에서 현우의 어머니 순임(김해숙 분)에게서 현우의 억울한 사연을 접하고 사건의 재심을 추진한다. 현우는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해 징역 15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 범행을 시인해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후 출소한 상태.

세상에 대한 불신과 증오에 사로 잡힌 현우는 처음 준영의 제안을 의심하지만, 무죄에 대한 희망이 조금씩 생기자 재심에 적극 나선다.

다만, 그의 수중에는 땡전 한푼 없는 상태. 어미니 순임도 갯벌에서 조개 등을 캐 시장에 내다파는 하루 살이 인생이다.

이를 감안해 극 초중반 현우는 자신이 예전에 일하던 공장을 찾아가 사장에게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현우가 일하는 모습이 극중 잠깐 나오고, 커다란 용해로에서 붉은 쇳물이 흘러나온다.

극중 용해로에서 붉은 쇳물이 흘러나온다.

바로 주조공장이다.

이는 종전 영화의 주 배경이던 자동차 정비소나 폐차장 등에서 탈피한 새로운 간접광고(PPL)다. 정부가 2012년부터 주조 등 6대 뿌리산업의 진흥을 정책적으로 추진한 결과라는 게 업계 평가다.

현우는 하루 임금으로 1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받고, 이를 준영에게 수임료로 건낸다.

준영은 우여곡절 끝에 현우의 무죄를 입증한다.

한편, 2003년 군산경찰서는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의 진범인 김 모씨를 붙잡았으나, 검찰은 김모 씨에 대한 수사를 반대했다. 극중 김모 씨(오종학, 민진웅 분)가 일하는 곳 역시 중고차 거래소다.

2016년 11월 17일 광주고법 제 1형사부(노경필 부장판사)가 살인 혐의로 기소된 현우에게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같은 날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진범으로 지목된 김모 씨를 체포, 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이후 재심 전문변호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며, 극중 현우는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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