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업계, “일방적 노동시간 단축 반대”

뿌리업계, “일방적 노동시간 단축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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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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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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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특성 고려해 단계적 대응해야”...“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이 우선” 지적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앞 다퉈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발표하고 있다.

 정치권은 현재 노동시간 단축 협상을 통해 노동시간을 1주 7일간 52시간으로 단축하자는 데 합의했다. 또 노동시간 단축법안을 시행하되 300인 이상 기업은 2년, 300명 미만 기업은 4년간 유예하는데도 합의했다.

 이에 대해 뿌리업계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회장 박성택)가 2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계 긴급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박순황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형산업의 경우 납기가 경쟁력의 핵심인데 국회의 단축안이 통과되면 국내 금형업체 상당수가 폐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황 이사장은 “금형의 경우 품질과 납기를 동시에 맞추면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장근무가 불가피하다. 국회의 단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뿌리기업 노동자들은 있던 일자리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열처리조합 주보원 이사장 또한 “열처리업종의 경우 공정 특성상 설비를 멈출 수가 없어서 현재 주야 2교대를 실시하고 있다”며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3교대를 해야 하는데 비용문제는 둘째 치고 인력을 어떻게 구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여타 뿌리조합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뿌리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금업계 관계자는 “도금업계의 경우 가뜩이나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한데 무슨 수로 인력을 늘리겠냐?”며 “현실을 모르는 국회의원들의 탁상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용접업계 관계자는 “노동시간을 단축한다고 해도 뿌리업종에 젊은이들이 오려고 할 지 의문”이라며 “뿌리업계 종사자들의 권익 신장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노동시간 단축에 앞서 불공정거래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주물조합 서병문 이사장은 “주물산업의 경우 최근 10년간 인건비, 전기요금, 원자재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했지만 납품단가는 그대로”라며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인상해줘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 이사장은 “정치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불공정거래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놓지도 않고 무작정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면 상당수 주물업체들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계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합의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박권태 전무는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계 내에서도 합의가 쉽지 않다. 왜냐면 다소 적은 연봉을 받더라도 휴식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시간 노동을 해서라도 더 많은 연봉을 받길 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도 의견일치를 보기 어려운 문제인데 이를 법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들이 대선을 앞두고 표만 의식하지 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중구조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열처리조합 이종길 전무는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중소기업에 올 젊은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들은 추가적인 임금비용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사람을 못 구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고, 맞춤형 정책을 펼쳐야 한다. 뿌리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개선과 불합리한 전기요금제도 개편, 3D업종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제반여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노동개혁은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모두 악영향만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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