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업계, 원자재 수급에서도 ‘이중고’

주물업계, 원자재 수급에서도 ‘이중고’

  • 뿌리뉴스
  • 승인 2017.07.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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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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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사들 수입고철 사용비중 낮고, 공급업계 담합 심해
“제강사의 수입고철 사용비중 높여 상생 기틀 마련해야” vs “타 원부자재처럼 공동 구매로 해결해야” 업계 의견도 갈려

▲ 한 주조 공장에 쌓여 있는 주물용 철스크랩. (사진=뿌리뉴스)

 올해 국내 주물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납품단가 현실화’였다.

 지난 10년간 전기요금과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었지만 수요처들이 납품단가에 이를 반영하지 않은데다 최근에는 부자재인 후란수지 가격까지 급등하여 채산성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물조합에 따르면 주물업계의 전기요금은 원가에서 평균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산업용 전기요금에 7개월 간 적용되는 할증요금으로 6~8월에는 21.3%, 11~2월에는 21%의 추가요금을 국내 주물업체들이 떠안고 있다.

 주물산업의 경우 공정 특성상 24시간 공장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할증제도는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 10년 간 최저임금은 연평균 7∼8%가 오르면서 모두 71.6%가 인상됐는데 주물업계는 매년 노동자들의 임금을 이에 맞춰 올려 왔지만 수요처들이 납품단가에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업용 전기요금과 최저임금 인상이 주물업계의 화두가 되기는 했지만 주물업계의 애로사항은 이 뿐만이 아니다.

 주요 원자재인 고철 가격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언제든지 ‘폭탄’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주물조합이 사상 초유의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고철가격 급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고철은 주물업계의 주요 원자재이기도 하지만 철강사들의 수요 또한 매우 크다. 자칫하면 원자재 쟁탈전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철은 국내에서 나오는 물량과 수입물량으로 나뉜다. 국내 물량의 경우 공급업체들의 담합이 심한 상황이다.

 주물조합 박무창 팀장은 “수입 고철 가격이 오르면 국내 고철 공급사들은 물량을 아예 내놓지 않고, 가격이 오른 후에야 물량을 내놓기 때문에 지불 여력이 떨어져 협상력이 떨어지는 주물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주물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철의 경우 공급업체들의 담합이 쉬운 편이다. 그래서 수입 고철 가격이 오를 때도 문제지만 수입 고철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주물업계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몇 년 동안에도 고철 가격은 상승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철강사들이 수입고철 사용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철강사들의 수입고철 사용 비중은 23~26% 가량인데, 이를 30%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물조합의 서병문 이사장은 “주물업체 경영 개선과 업계 발전을 위해 납품 단가 인상뿐만이 아니라 원자재 수급 측면에서도 대기업과 상생이 필요합니다”라며 “대기업들이 현재 23~26%인 수입고철 사용 비중을 최소 30%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잘 따르지 않아 조정이 안 됩니다. 원자재 수급 문제는 대기업들과의 상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철강사들의 수입고철 사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한 주물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에서 수입고철 사용 비중을 늘리면 국내산 고철은 그만큼 물량이 남을 것입니다. 국내에서 어차피 고철을 원자재로 쓰는 곳은 철강업계와 주물업계 밖에 없어요. 그래서 남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고철업계가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거든요. 철강업계의 수입고철 사용 확대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상당수 주물업계 관계자들은 원자재 수급과 관련하여 철강업계와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전 세계적 과잉생산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철강업계의 현실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값싼 원자재 구매를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기업이 주축을 이루는 철강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천 서부산업단지의 한 주물업체 관계자는 “요즘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정책당국이나 언론에서는 상생협력을 납품단가 인상에만 한정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원자재 수급이나 인력 운용에서도 상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철 수급 문제만 봐도 대기업이 주축인 철강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국내 고철가격이 급등할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물론 철강업계도 어려운 것은 압니다. 하지만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은 글로벌 대기업들이고,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인데 수입고철 사용 비중을 높여달라고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라며 철강대기업들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강제력이 없어 실현성이 떨어지는 대기업과의 상생보다는 주물업계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원자재가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물업체 대표는 “어차피 대기업에 요구해봤자 듣지도 않을 것이다. 제 코가 석자인데 상생이란 말이 들리기나 하겠는가? 차라리 후란수지나 선철, 경화제, 규소철처럼 고철도 공동구매를 적극 검토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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