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에어컨 배관자재 "싼 게 비지떡"

<이슈>에어컨 배관자재 "싼 게 비지떡"

  • 철강
  • 승인 2017.08.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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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방정환 jhb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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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관 대신 알루미늄 사용 증가…부식 등 소비자 피해 급증
알루미늄이 싸지만 배관 안정성 감안하면 '동관이 최적'

  원가절감을 이유로 동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루미늄관을 사용한 에어컨 배관에서 부식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배관 자재 변경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박 모(54세, 회사원)씨는 올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무더위를 참지 못해 그동안 사용을 자제했던 에어컨을 틀었는데 냉방효과가 없어서 AS를 신청했다. 이 에어컨은 3년 전 이사를 오면서 새로 구매해 설치했던 것으로, 그동안 전기를 아끼려는 노력으로 총 가동시간이 100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새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에어컨이 고장이 나서 더위를 피할 수 없었던 박 모씨는 수리기사의 설명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실외기 배관이 부식돼서 가스가 새기 때문에 이를 교체해야 했기 때문인데, 문제는 동관으로 알고 있던 배관이 알고 보니 알루미늄관을 사용했던 것. AS 기간도 지나서 20만원의 수리비가 든다는 것이다.

  박 씨의 경우처럼 올해 무더위에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실외기 배관 부식에 따른 고장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고장의 원인 대부분이 알루미늄 배관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에어컨 실외기 배관에는 동관이 사용됐지만 4~5년 전부터 새로 제조되는 에어컨에는 보다 저렴한 알루미늄 소재가 동과 함께 사용되고 있다. 애프터마켓인 에어컨 설치공사의 경우, 소비자가 별도로 동관 사용을 요구하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 알루미늄 배관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관자재의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소재의 비중과 가격을 감안한 원단위는 동에 비해 알루미늄 소재가격이 10~15%에 불과하다. 이러한 가격 차이로 인해 에어콘 실외기 배관자재로 최근 알루미늄관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알루미늄 배관의 부식이 너무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가고 있다는 점이다.

  에어컨 배관업체 관계자는 "보통 배관재 AS기간이 1~2년 정도인데, 알루미늄 배관은 2년이 지나면 부식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설치 시 동관 사용을 요청하는 것이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다"고 설명했다.

  동은 알루미늄보다 공기 중에서 산화할 확률이 크게 낮으면서도 강도는 3배 이상 높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아 배관이 부식하거나 에어컨 냉매가스가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 최근 나오는 에어컨들에서 사용하는 친환경 냉매가 상대적으로 압력이 강해 동 배관이 훨씬 적합하다.

  하지만 알루미늄 배관은 원가가 낮고 연성도가 높은 장점이 있지만 동에 비해 균열, 파열이 쉽고, 부식에 따른 가스 누출 가능성이 높다. 이전 설치를 할 경우 재활용이 전혀 불가능하다.

  소비자로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급 자재의 사용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되기 때문에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 에어컨 배관용 동관(위)과 알루미늄관(아래). 알루미늄관에 코팅을 입혀 동관처럼 보이지만 이를 에어컨 실외기 배관재로 사용할 경우 부식이 빨리 발생해 최근 소비자의 피해가 늘고 있다.

  또한 에어컨 설치 시 동관 시공을 선택하더라도 쉽게 안심할 수도 없다. 사진에서 보듯이 알루미늄 배관재에 컬러코팅을 입혀 동관처럼 보이게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육안으로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설치수리 업체에서 소비자를 속일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보온재를 살짝 벗겨서 끝 부분 단면이 주황색을 띄면 동관이고 은빛을 띄면 알루미늄관이다.

  이에 대해 동관 제조업체 관계자는 "동은 가공성과 내식성, 열전도성 등 물리적 특성이 가장 우수한 소재이기 때문에 에어컨과 같은 열 관련 배관에 최적화된 소재"라면서 "최근 국내의 한 대형 가전사는 알루미늄 배관 사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동관만을 사용키로 했는데 이를 계기로 그동안 위축됐던 동관 수요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올해 3월 이후 생산되는 에어컨 배관재를 다시 동관으로 전환했다. 알루미늄관 사용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또 다른 대형 가전업체인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알루미늄 배관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소재 변경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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