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대기업 단가인하 여전한 ‘갑질’…속수무책 ‘뿌리기업’

수요 대기업 단가인하 여전한 ‘갑질’…속수무책 ‘뿌리기업’

  • 뿌리산업
  • 승인 2017.05.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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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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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협력업체 60%, 부당 단가결정 무조건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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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부품 제조업체 A사는 단가협상을 할 때면 대기업 구매담당자로부터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받고, 사정 반·협박 반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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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 부자재 제조업체 B사는 대기업으로부터 단가 인하를 위해 연매출에 육박하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토록 요구받았다. 여기에 B사는 원청사인 대기업이 제출한 견적서대로 납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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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부품 제조업체 C사는 매년 3%의 단가인하를 조건으로 대기업과 계약했다. 원텅사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거래보장을 전제로 계속 단가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했지만, 대기업의 단가인하 등 ‘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뿌리기업을 비롯한 상당수 중소제조업체들이 대기업의 일방적인 단가인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납품단가 협상이 연초에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지난 2개월 간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를 실시했다며 22일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올해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업체 중 35%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후 합의를 강요했다고 응답했다. 지속적인 거래관계 보장을 전제로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결정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23.3%나 됐다.

대기업의 부당한 단가를 결정은 ▲과도한 가격경쟁(58.1%) ▲경기불황(14.0%) ▲업계관행(11.6%) 때문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뿌리기업 등 대다수 협력업체들은 부당한 단가결정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62.8%)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의 가격경쟁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협력업체로 전가되고 있다고 중기중앙회는 설명했다.

주물조합 서병문 이사장은 조합이 회원사를 대신해 단가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대기업의
비협조적 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제조공정 개선을 통해 부당 단가결정에 대응하는 업체는 9.3%로 파악됐다.

아울러 전체 조사대상 업체의 14.3%가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 업종별로는 조선업이 19.3%로 가장 높았으며, 전기·전자(15.9%), 자동차 (13.3%) 순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불공정거래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협동조합이 회원사들을 대신해 납품단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사병문)은 회원사를 대신해 단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수요대기업들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병문 이사장은 “조합이 적정한 납품단가가 책정을 위해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비협조적이라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중앙회 김경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은 일방적인 단가 인하보다는 공정한 방법을 통해 협력업체와 함께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협상시기는 1월(50.6%), 12월(14.9%), 3월(11.9%)이 많았으며, 협상주기는 수시(50.3%)로 협의하거나 1년 주기(40.3%)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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