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인하, 설계도면 요구 여전...막무가내식 특허침해와 기술 빼돌리는 경우도 많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갑질에 철퇴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많은 대기업들의 횡포에 뿌리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대기업들의 갑질로는 납품단가 인하가 주로 꼽히지만 해당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핵심기술 및 설계도면을 요구하는 경우도 여전하고, 막무가내식으로 중소기업들의 특허를 침해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지역에 위치한 한 주물업체 관계자는 “보통 대기업에 납품을 하려면 설계도면과 관련 기술을 모두 보여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아예 납품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납품업체가 기술력이 괜찮다고 판단할 경우 관련 기술을 통째로 빼앗아 다른 기업에 넘겨줘서 여러 업체를 경쟁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우리 업체도 이미 여러 차례 그러한 일을 겪어서 현재는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를 점차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유럽이나 일본, 미국 등 선진국 대기업들의 경우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중소기업이 거절할 경우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또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특허권 자체를 존중하기 때문에 단가협상 등에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특허를 출원한 제품에 대해서도 무분별한 베끼기를 통해 다른 경쟁업체에 기술을 넘긴 후 여러 업체를 경쟁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부품 가공업체 관계자는 “선진국 대기업들이 신사라면 국내 대기업들은 사실상 ‘조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앞으로는 국내 대기업들과 거래를 끊고 외국 대기업들과만 거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뿌리업계를 비롯한 국내 중소기업 중에는 ‘수출 전문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말 그래도 국내 매출 없이 수출만으로 회사를 꾸려나가는 기업들이다.
이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한결같이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의 횡포로 인해 제대로 사업을 하기 힘들어서 수출만 한다”고 말한다.
현 정부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를 내걸었고, 이를 위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갑질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예고한 바 있다.
각종 국내외 악재로 신음하고 있는 뿌리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뿌리산업 현장의 관계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