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현익 삼천리금속 대표이사 “주조산업 기술인력 문제 심각”

(인터뷰)조현익 삼천리금속 대표이사 “주조산업 기술인력 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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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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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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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전공학과 줄어들면서 연구자 및 전공학도 감소”
“장기적 관점에서 인력양성 계획 필요”

조현익 삼천리금속 대표이사. (사진=뿌리뉴스)

국내 뿌리업계가 수요산업의 불황과 새 정부의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문기술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단법인 한국주조공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주)삼천리금속 조현익 대표이사는 뿌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주조업계는 수요산업 불황 외에 각종 어려움이 많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술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자칫 기술인력의 대가 끊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업계와 정부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현익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최근 수출은 다소나마 회복이 되고 있지만 뿌리업계는 여전히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삼천리금속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국내 주조업계 전체적으로 모두 어려운 상황입니다. 조선 경기가 회복이 되지 않은데다 자동차산업도 올해 들어 매우 주춤하고 있거든요. 삼천리금속의 경우에는 선박엔진부품과 산업기계부품에 주력했는데 기존에 비중이 컸던 선박엔진터보차저의 비중은 10%대로 줄었구요. 산업용기계부품 매출은 증가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매출은 다소 감소추세입니다. 현재 내수와 수출 비중이 75%, 25% 가량인데 내수시장에 한계가 있어서 수출 증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입니다.

▲올해 주물업계에서는 납품단가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 문제는 원부자재 수급과 관련이 있는데요. 주물 부자재인 후란수지의 경우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을 하는데 중국이 환경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 주물 관련 제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후란수지 생산량이 대폭 줄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톤당 2천원이던 후란수지 가격이 톤당 5천원으로 올랐어요. 주물원가에서 후란수지가 6% 가량을 차지했었는데 올해부터 2배 이상 오른 것이지요. 게다가 철스크랩이나 선철 같은 원자재가 상승이 겹치면서 납품단가 인상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수도권의 한 주물업체 대표님 말로는 “당신들이 생산을 중단하면 우리는 업체를 교체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납품단가와 관련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있나요.

-사실 납품단가 문제의 경우 해법을 찾기가 어려워요. 중소기업 입장에서 단가를 잘 주면 좋기는 하지만 저가격 고품질 주물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나타나면 대기업은 당연히 그 제품을 쓰게 되어 있거든요. 게다가 지금은 글로벌 경쟁시대이다 보니 국내 주물업체들끼리만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업체들과도 경쟁을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대기업들에게 국내 주물제품 사용을 강제하는 것도 쉽지 않지요.

▲납품단가와 관련해서 새 정부의 원가연동제는 긍정적이지만 탈원전이나 최저임금 인상은 부정적이라는 견해가 많은데요.

-기존에는 철스크랩과 같은 원자재만이 원가연동제 대상이었는데 새 정부에서는 부자재와 임금 등 다른 요소까지 포함시키고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최저임금 같은 경우에는 인상 폭이 갑자기 커지다보니까 다소 무리가 있어요. 노동착취를 근절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보통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존의 임금인상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탈원전의 경우 전기요금이 대거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많지요.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나 전기요금 인상, 원가연동제가 주조업계의 경영난과 관련하여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전기요금만 해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많고, 최저임금 인상이나 원부자재 가격 상승도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거든요. 결국 주조업계의 경영문제는 업계 스스로 자구노력을 한 후에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주)삼천리금속 회사 전경. (사진=뿌리뉴스)

올해 언론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삼천리금속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대응책을 갖고 있습니까.

-생산기술연구원과 3D프린팅을 활용하는 용역을 수행 중입니다. 현재 당사는 주형 제작과 후가공을 외주로 주고 있는데요. 3D프린팅을 활용하면 시제품과 주형제작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주조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3D프린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스마트공장과 자동화의 경우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좀 더 검토를 한 이후에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내 주조산업 발전을 위해 장비와 S/W산업이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현재 국내 주조장비와 S/W산업은 어느 정도의 수준입니까.

-주조장비의 경우 간단한 장비는 국산화가 되어 있지만 주요 장비는 대부분 일본과 독일에서 수입을 하고 있습니다. S/W 또한 애니캐스팅 소프트웨어 외에는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가 없는 실정입니다. 국내 시장규모의 한계로 인해 연관산업의 발전도 다소 더딘 것인데요. 장기적인 주조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장비와 S/W의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일각에서는 국내 주조업체들이 철 주조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으니 타이타늄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비철주조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 국방산업이나 우주항공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타이타늄 주조제품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이외에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주조제품도 철 주조제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죠. 하지만 그만큼 기술적인 진입장벽도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다가 전체 주조시장을 놓고 보면 철 주조시장과 비철 주조시장의 비중은 85% 대 15%로 철 주조시장이 훨씬 큽니다. 다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비철 주조시장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 생각에는 기존 철 주조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고기술 분야에 대한 적극 투자로 비철 주조산업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성장동력 확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현재 주조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주물 수요 자체가 축소된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현재 주조제품의 수요가 가장 높은 자동차산업의 경우 자율주행차 개발이 진행 중인데요.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차량 공유가 확대되어서 차량 생산 자체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조산업에는 큰 위기가 올 수 밖에 없어요. 비철주조산업 활성화도 필요하지만 향후 주조산업의 수요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현익 대표는 주조산업의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주조업계와 학계, 정부가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뿌리뉴스)

현재 국내 주조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뿌리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국내 뿌리산업은 기술인력의 대가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대학에서 주조 전공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 주조 전공 교수들은 대부분 60대에요. 게다가 관련 전공을 하려는 사람도 많지가 않구요. 생산현장에서 일할 기능인력은 그런대로 수급이 가능해도 주조 설계부터 제작, 후가공까지 전체적인 생산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인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기술인력의 대가 끊어졌다가 정부와 학회, 업계의 노력을 통해 현재는 학회를 중심으로 기술인력을 적극 양성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주조공학회에서도 직무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국내 주조업계의 참여는 많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조업계, 주조학계, 정부가 같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도 이미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는데요. 4분기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올해 11월에 ‘아시아 주조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데 제가 주조공학회 회장이라 준비할 것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우선 4분기에는 주조공학회 일로 매우 바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 주조업계의 최대 난제인 기술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주조공학회 차원에서 할 일이 많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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