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재용 테크트랜스 대표 “정부, R&D 프로젝트 평가기준 개선해야”

(인터뷰)유재용 테크트랜스 대표 “정부, R&D 프로젝트 평가기준 개선해야”

  • 뿌리산업
  • 승인 2017.11.2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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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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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규모 아닌 기술수준에 따른 맞춤형 평가 필요”
“금융지원, 벤처캐피털 의존 말고, 정부 직접 지원 늘려야”

유재용 테크트랜스 대표이사. (사진=뿌리뉴스)

표면처리 분야는 3D업종으로 통하는 6대 뿌리산업 중에서도 사회적 인식이 가장 좋지 않은 산업이다. 각종 화학약품을 많이 다루는 관계로 환경오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다 근무여건도 좋지 않아 구직자들도 기피하고, 지역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해 공장 설립도 쉽지 않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독자적인 친환경 표면처리기술을 개발하여 주목받는 업체가 있다. 2011년에 설립한 테크트랜스(대표이사 유재용)가 그 주인공이다. 뿌리뉴스에서는 유재용 테크트랜스 대표이사와 만나 국내 표면처리 산업의 실태와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올해 수출이 반등했지만 뿌리기업들은 전체적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비철금속 표면처리 분야는 어떤가?

- 뿌리산업 분야가 어렵긴 했지만 비철금속 표면처리 분야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은 분야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를 비롯해 자동차 경량화가 트렌드가 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의 경우 기존 아노다이징 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표면처리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알칼리계열 표면처리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고, 장비와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케미컬 분야를 중점으로 사업을 키울 계획인데 기술적 기반이 갖춰지면 경기도 크게 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표면처리산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제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술력이다.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테크트랜스가 개발한 PEO 표면처리기술의 경우 러시아 출신의 공학자들이 영국으로 이주하여 설립한 케로나이트(KERONITE)사에서 먼저 개발한 기술이다. 테크트랜스가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제품의 품질과 신뢰성에서는 오히려 케로나이트사보다 우수하다. 원래 부품소재 산업에서는 신뢰성을 검증받지 못한 기술은 의미가 없다. 당사의 경우 독자적 기술력을 확보한데다 각종 검사장비와 측정장비를 통해 제품의 신뢰성까지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전망도 밝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테크트랜스의 표면처리 제품 측정장비와 검사장비. (사진=뿌리뉴스)

▲표면처리 분야의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던데 사업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축하고 있나?

- 표면처리를 메인으로 장비와 솔루션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전체 비중을 놓고 보면 표면처리와 장비, 솔루션이 각각 20%, 50%, 30%이다. 장비의 경우 설계는 자체적으로 하고 제작은 외주를 주고 있다. 테크트랜스의 경우 장비를 우선 판매한 후 솔루션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데, 앞서 말한 대로 표면처리약품을 비롯한 케미컬 분야에 주력할 것이다.

유재용 대표는 마그네슘 재질의 안경 등 브랜드화를 통한 신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뿌리뉴스)

▲현재 주력으로 삼는 분야와 새로 추진하는 신사업은 어떤 것인가?

- 현재까지는 자동차와 모바일 부품의 PEO 표면처리와 관련 장비 및 솔루션 판매에 주력해 왔다. 또한 최근에는 마그네슘 재질의 안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그네슘은 인체에 무해한 경금속이라 안경 소재로 적합하지만 부식성이 강해 제조가 쉽지 않다. 당사는 자체 개발한 PEO 표면처리 기술을 통해 마그네슘 재질 안경을 고품질로 제조할 수 있어 관련된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알루미늄 재질의 프라이팬 표면처리사업도 추진 중인데 현재 홈쇼핑과 협의를 통해 12월 중 자체 브랜드로 출시할 계획이다. 안경사업과 프라이팬의 경우 아직은 표면처리만 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주조업체나 가공업체 등 전처리 및 후처리업체를 인수하고, 브랜드화를 통해 완제품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이외에도 티타늄 임플란트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 중인데 현재 1~2개의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의료기기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종적인 목표는 우주항공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다. 애초 PEO표면처리 기술이 우주항공과 국방산업 분야에 적합한 표면처리 기술인데 이 기술을 바탕으로 우주항공 분야에도 진출을 시도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중국 현지업체들이 테크트랜스의 PEO 표면처리기술의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해외시장 진출에 애로사항은 없었나?

- 물론 규모가 작고, 영세한 뿌리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신시장 개척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유럽, 중국 등 해외 수요기업들의 경우 부품소재업체들의 제품의 테스트를 먼저 시행한 후 기술력과 품질이 뒷받침된다고 판단하면 일정 물량을 배정해주고, 투자 또한 적극적으로 실시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기술력이 뛰어나도 가격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생산능력까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해외시장 개척이 어려울 것 같지만 기술력과 품질만 뒷받침 된다면 오히려 국내시장에서 거래선을 확보하는 것보다 더 수월할 수 있다.

테크트랜스의 PEO 표면처리 공정. (사진=뿌리뉴스)

▲뿌리업계에서는 현 정부의 중소기업 위주 정책과 납품단가 현실화에는 긍정적이지만 탈원전으로 인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 사실 임가공인 표면처리 사업만 영위해서는 큰 수익을 내기 힘들다. 게다가 전기요금이 원가의 30%를 차지하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도 걱정이 많다. 그런데 표면처리 분야의 경우 주조나 열처리처럼 업계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납품단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 표면처리기술인 아노다이징의 경우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과당경쟁이 심하다. 당사에서 영위하는 사업 중 장비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고, 표면처리도 단가를 높게 받지는 못한다. 다만 전해액을 비롯한 솔루션 판매를 통해 업계 평균보다는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표면처리산업의 경우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로 인해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쉽지 않다. 테크트랜스에서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 테크트랜스의 경우 PEO 표면처리기술이 기존 공법에 비해 폐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일부는 재활용도 가능하여 환경문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이다. 최근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환경문제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측면이 크다. 중국이 환경오염 문제에 워낙 예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경 분야의 ‘그린비즈’ 인증을 취득해서 투자와 공장 설립이 타 업체보다 수월한 상황이다.

▲최근 새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뿌리업계의 우려가 크다. 테크트랜스에서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 표면처리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3D업종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선은 공정 전체의 자동화와 외주 제작을 통해 인력 문제를 대처할 계획이다. 단 외주제작의 경우에도 인건비를 포함한 단가는 충분히 지급하고 있다. 당사의 경우 박사급 인력만 5명이고, 연구개발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뿌리업계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생산라인의 경우에도 PEO 공정은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안전성도 높은 편인데다 근무조건 향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 대응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뿌리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어떤 것인가?

-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 지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과 관련한 금융지원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 뿌리업계를 비롯해 중소기업계에는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적기에 투자를 하지 못해 기술 자체가 사장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R&D 프로젝트 평가에서 서류평가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기술수준이 높은 기업이 아니라 매출이 큰 기업이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자금을 독식하게 되어 있는데 기업의 상황에 따른 맞춤형 평가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 연구개발 투자 등은 주로 벤처캐피털을 통해 이뤄지는데 벤처캐피털사들도 금융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매출이 보증되지 않는 업체에는 투자를 꺼린다. 이 경우 정부가 엄격한 기술평가를 통해 우수한 기술업체를 선별하여 직접적인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직접 지원이나 벤처캐피털을 통한 우회적 지원을 통해 연구개발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테크트랜스의 PEO 표면처리 라인. (사진=뿌리뉴스)

▲올해까지 테크트랜스는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었다. 향후 어떤 사업계획을 갖고 있나?

- 기존의 표면처리와 장비, 솔루션 사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사업 또한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당사에서는 타 업체와 달리 검사장비와 측정장비까지 모두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가격보다는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그리고 전처리와 후처리업체를 인수하고, 자체 개발한 제품으로 신시장을 적극 개척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앞서 이야기한 주방용품과 안경 등의 자체 브랜드 사업을 통해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서 내년도 약 3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다.

▲표면처리산업은 대중적 인식이 좋지 않은 산업이다. 국민들과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가?

- 지금까지 표면처리산업은 3D업종으로 더럽고 위험하면서 월급은 적은 산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테크트랜스에서는 표면처리가 3D업종이지만 연구개발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국민들께서도 표면처리가 금속산업의 한 연구 분야라는 것을 알아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표면처리산업이 무조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도 아니며, 친환경적인 표면처리기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주셨면 좋겠다. 테크트랜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뿌리기업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높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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