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산업과 환경규제, 이대로 좋은가?
주조산업과 환경규제, 이대로 좋은가?
  • 엄재성 기자
  • 승인 2018.02.2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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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업계, “정부 환경규제, 실적위주의 단속과 점검 위주의 ‘꼬투리 잡기’”
친환경 생산 공법·고효율 환경설비 개발 통해 선진국형 주조산업으로 전환 필요

최근 주물업체들이 밀집한 김포시 일대의 주민들이 중금속 오염과 관련하여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주조산업의 환경오염 실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경남 밀양에서는 주물공장 노동자가 납중독을 호소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조산업 전반에 대한 환경 및 안전관리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포시, 주물업체 밀집지역에서 중금속 오염 논란
밀양 소재 주물공장 노동자 ‘납중독’ 호소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중금속 오염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와 초원지리 소재의 업체들에 대한 환경오염 실태 감사에 착수했다. 해당지역에는 소규모 주물 공장을 비롯해 60곳이 넘는 오염물질 배출 공장이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김포범시민대책위원회는 김포시가 오염물질 배출시설이 난립하도록 방치해 환경 피해를 키웠다며 700명이 넘는 주민 서명을 받아 감사를 청구했다.

김포시에 따르면 단독 주거 반경 100m, 공동 주거 반경 200m 이내에서는 유해물질배출 시설의 입지를 제한해야 하지만 2013년 9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입지를 제한해야 하는 공장 76곳이 인허가를 받거나 공장 등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조업계에서는 김포시 일대의 중금속 오염 논란과 삼부금속 노동자의 납중독 논란으로 인해 환경문제와 관련한 대응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사진=뿌리뉴스)

중금속 오염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5년 초 환경부는 이 지역 환경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을 특별단속, 총 86개 사업장 가운데 62곳(72%)을 적발했다. 2016년 김포시 조사 결과, 거물대리와 초원지리 토양 15곳 중 8곳에서 니켈·불소·구리 등의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특히 구리와 비소는 기준치보다 2∼3배 많은 양이 나왔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밀양시 소재 삼부금속에 다니던 노동자 정 모씨가 주물작업을 계속하면서 심각한 납중독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부산 ‘녹산노동자 희망찾기’와 ‘부·울·경 권역 노동자 건강권 대책위’도 기자회견에 함께하여 녹산공단과 밀양공단 소재 주물공장 노동자들의 납중독 발병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삼부금속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고용노동부 양산지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두 차례에 걸쳐 삼부금속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안전보건공단을 통해 작업환경측정 신뢰성 평가도 가졌다”며 “납중독을 호소하고 있는 정 모씨는 삼부금속에 다니기 이전에도 다른 주물공장에서 장기간 근무했기 때문에 관련 노동자들의 조사를 통해 납중독 이력을 추적하고 있다. 명확한 사유는 조사가 끝난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조산업과 관련한 환경오염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주조업계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주조업계, 환경개선 특별위원회 설치 등 대응방안 마련
“환경설비 등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필요”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서병문)은 2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제37회 정기총회’에서 환경개선 특별위원회를 새로 설치하고, 한국기전금속(주) 김동현 대표를 위원장, ㈜정원주철송권섭 대표를 부위원장으로 위촉하여 환경문제와 관련한 해결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주물조합 서병문 이사장이 제37회 정기총회에서 한국기전금속 김동현 대표에게 환경개선특별위원장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뿌리뉴스)

주조업계에서는 환경문제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물조합 권영길 전무는 “상당수 업체들이 집진설비를 비롯하여 다양한 환경설비를 갖추고 있다. 다만 장비가 고가인데다 운영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업계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의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이캐스트조합 장석기 이사장은 “환경문제의 경우 주조산업계가 처한 문제 중 대처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주조업계가 영세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업계에만 미룰 것이 아니라 정부와 주조업계가 긴밀하게 협력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실질적 대책 없이 꼬투리 잡기에만 치중
환경설비 실효성 높이고, 사전 예방책 마련해야

한편에서는 정부가 주조산업의 환경문제를 위해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살피지 않고, 단속실적을 올리기 위해 꼬투리 잡기에만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한국주조공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삼천리금속 조현익 회장은 “환경 및 안전관련 법률체계가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로만 되어 있다 보니 관계공무원은 점검 시 업체 꼬투리 잡기 위주의 지도점검이 실시되고 있다”며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실적위주의 단속과 점검이 있을 뿐 지도는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조현익 회장에 따르면 주조산업의 환경오염 발생과 관련 대응책이 미비한 이유는 사업의 영세성과 인적자원 부족에 따른 연구개발이 타 산업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오염방지시설의 설치운영은 현재 많이 시행하고 있지만 설비의 구입비용과 운영 및 유지비용이 부담되고 있으며, 설비의 효과성(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법적 운영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천리금속 조현익 회장은 정부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실적위주의 단속과 점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뿌리뉴스)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주조업계의 자구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조 회장은 “주물제조업체는 생산공정의 변화를 통해 환경오염에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원부자재의 친환경제품 개발이 시급하다. 그리고 꼭 필요한 요소에 최소한의 시설로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설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기존 산업인력의 고령화와 신규 기능인력 미배출로 절대적 인력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동화 설비기술이 절실하다. 정부가 이를 적절하게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조업체들 스스로 적극적인 자체교육(환경, 안전 등)을 실시하고, 적절한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하는 습관화를 통해 예방활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문제, 현재의 법률 테두리 안에서도 충분히 대응 가능
선진국형 주조산업 위한 정부와 업계의 공동노력 필요

정부의 환경규제와 관련하여 주조업계 인사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현재의 법률 안에서도 충분히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신특수강 박성수 상무는 “당사에서도 환경오염과 관련하여 별 다른 준비는 못하고 있다. 일단 법테두리에서 실시해야하는 방지시설 , 특수건강검진, 작업환경측정, 교육 등은 주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분명 납을 용해하기(작업당사자가 용해공) 때문에 그 공장의 대부분의 작업자는 특수건강검진 시 납성분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였을 텐데 관련 기관 또는 회사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지금의 법률 테두리에서도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관련자들의 무관심 또는 직무 태만으로 보인다”며 업체 자체의 문제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지금보다 더 강한 시행령 등의 조치 시 영원히 주조산업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일해서는 안 되는 산업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으므로 현재 테두리안에서 꼭 해결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영신특수강 박성수 상무는 “지금보다 더 강한 규제가 시행되면 주조산업은 노동자들이 일해서는 안 되는 산업으로 영원히 낙인찍힐 수도 있으므로 현재 테두리안에서 꼭 해결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뿌리뉴스)

환경오염과 관련한 해결책으로 주조업계 인사들은 업계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조공학회 조현익 회장은 “배출시설 자가측정(대기환경부문) 결과나 작업환경측정(안전보건부문) 결과는 주기적으로 관계관청에 신고되고 있으므로, 그 결과를 분석하여 예방활동이 필요하다면 사전에 업체에 통보하여 조치할 수 있게 해준다면 관리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 관련 법규에 관한 숙지 및 이행을 지역별 생산 공정별 공유하여 효율성도 높이고, 김포지역에서 계획 중인 환경 자율인증제를 전국으로 확대 실시되도록 노력 중이다. 또한 주물공장 환경문제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전 세계 주물관련 종사자가 환경오염방지에 공동 대응하고자 각 나라와 관련 기구에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수 상무는 “앞으로는 선진국형 주조산업을 만드는 노력을 정부와 업계에서 노력해야 하며 특히 친환경 생산 공법, 방지시설은 주조산업 뿐만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산업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주조업체에 대한 진입 장벽은 높이되 이미 사업 중인 사업장에는 규제 + 지원의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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