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과 ‘사드보복’ 사이에서
‘관세폭탄’과 ‘사드보복’ 사이에서
  • 정하영
  • 승인 2018.03.26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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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한숨은 돌릴 수 있게 됐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2일(현지 시각) 한국을 포함해 EU,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철강관세를 일시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따른 ‘관세폭탄’을 두고 하는 말이다.

  8일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산업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21일까지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 발로 뛰며 협상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정유예다. 4월 말까지 협상을 통해 최종 관세 부과 여부가 결정된다.

  미국은 EU와의 관세 면제 협의 과정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EU와의 협의 과정에서 다섯 가지 면제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우리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철강과 알루미늄 대 미 수출을 2017년 수준으로 억제, 중국의 다양한 무역 왜곡 형태를 적극 거론, 주요 20개국(G20) 세계 철강포럼에서 미국에 보다 협력,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데 공조, 미국과의 안보협력 강화 등이 라이트하이저가 EU에 제시한 다섯 가지 면제 조건이다.

  한마디로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확실하게 미국 쪽으로 줄을 서라는 요구다. 우리의 고민은 미국이나 중국을 이분법 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이번에 미국 편을 들어 반중(反中) 무역동맹에 동참할 경우 제2의 ‘사드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대로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의 철강 관세폭탄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은 이번 철강 관세 부과 결정 이전부터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미국 안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산 철강 우회 수출을 지속적으로 거론한 것을 보면 그것이 확실하다. 

  상무부 권고안의 하나였던 고율 관세 부과 12개국 모두 중국으로부터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들이었다. 우리는 중국에서 가장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유럽과 달리 우리에게는 중국산 우회 수출과 관련한 추가 조건이 더 붙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 미 수출용에 중국산이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쉽게 납득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또 한 가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자동차 시장 개방을 요구중이다.

  정부는 이런 방식이 나쁜 선례가 되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손실이 적은 분야를 내주고 이익이 큰 분야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통상 압박이 극성을 부리는 지금 이런 요구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철강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반중 무역동맹에 적극 동참하거나 아예 중국산 수입을 줄여야 한다. 또 자동차를 내주고 철강에서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쉽게 선택이 가능한 일들이 아니다. 결국 말 그대로 절묘한 줄타기가 필요한데 우리 정부의 준비와 능력이 충분한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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