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15~25% 보복관세 부과
중국이 결국 미국에 대해 '보복관세'로 대응한다. 돼지고기ㆍ과일ㆍ와인 등의 미국산 수입품에 이달부터 최고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키로 함으로써 미ㆍ중간 무역갈등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1일 성명에서 미국산 수입품 7개군 128개 품목에 최고 25%의 관세를 2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수입상 철강 및 알루미늄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에 대한 보복조치인 것으로 보여진다.
재정부 성명에 따르면, 중국은 총 128개 항목에 15~25%의 수입관세를 부과한다.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군은 돼지고기, 알루미늄 스크랩 등이며, 15%의 관세를 물게 되는 품목은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사과, 베리류 등 신선과일 및 건과일, 강관 등이다.
이날 발표된 관세 부과 대상은 지난달 23일 중국 당국이 보복조치를 경고하며 예고했던 품목군과 일치한다. 당시 중 당국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미국산 수입품의 지난해 수입 규모를 30억달러로 밝힌 바 있다.
30억달러는 2016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 1,156억달러의 3%가 채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농축산업계만 놓고 보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 3위의 미국 돼지고기 시장이다.
중국이 미국 농축산물을 집중 겨냥한 건 미국 내 농축산업이 밀집한 지역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팜벨트(농장지대)지역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당한 만큼 보복하되,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아파할 만한 공화당 표밭을 직접 타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추가 보복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철강ㆍ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며, 지난달 말 트럼프 정부가 지적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중국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최대 무기로 꼽혔던 대두는 제외됐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3분의 1을 수입하는 큰손으로, 대두 관세 부과는 미국 농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
한편 지난 달까지만 하더라도 양국의 고위급 관료 간에 무역전쟁 발발을 막기 위해 물밑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덕분이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었으나, 이날 중국의 보복 관세로 다시 한 번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