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과 대한민국이라는 ‘굴대’
최저임금과 대한민국이라는 ‘굴대’
  • 박진철 기자
  • 승인 2018.06.0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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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1년이 지났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진보정권 10년, 보수정권 10년을 연이어 경험한 이 사회가 정권교체에 따른 후폭풍과 갈등을 겪지 않고 ‘꽃길’만을 걷는 일은 바라기도 어려울뿐더러 있을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워낙 노와 사가 얽힌 뿌리 깊은 문제인 데다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 시장과 복지 등 다양한 개념들이 첨예하게 맞붙는 ‘돈’과 ‘삶’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워라벨’이라는 말로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잡겠다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OECD 최장 노동시간 국가들 사이에 매년 이름을 올리는 우리나라로서는 분명히 시급하고 시의 적절한 정책이다. 다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급히 먹는 밥이 체하 듯’이 조금 더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회 일각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여 봄직하다.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론’을 공식적으로 꺼내 들었다. KDI는 4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도 고용 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만 2019∼2020년에도 큰 폭 인상이 반복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에서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일부 상여금과 수당을 집어넣는 등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일부 반영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이번 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이 최저임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큰 틀의 발을 앞서 뗐으니 이젠 남아 있는 한쪽 발을 떼야만 할 때다.

  남아 있는 문제들을 처리하지 않고,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토로를 모르쇠로 돌린 채 계속 걸으려 한다면 뒤에 남겨진 발 때문에 가랑이가 찢어지거나 넘어질 수밖에 없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고, 정치는 진보와 보수라는 두 날개로 난다. 굴대는 양쪽의 바퀴가 굴러야 앞으로 갈 수 있다. 노와 사, 진보와 보수라는 바퀴가 함께 구르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굴대’의 전진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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