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와 뿌리업계가 ‘상생하는 길’
철강업계와 뿌리업계가 ‘상생하는 길’
  • 엄재성 기자
  • 승인 2018.08.06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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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업과 뿌리산업은 어느 분야가 먼저랄 수도 없는 국내 제조업의 디딤돌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들이다.

인류 문명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이 활용되는 소재가 된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리며 제조업을 견인하는 원동력이고, 뿌리산업은 제조업 완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기 때문이다.

각자 역할은 달라도 한 국가의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두 산업이 잘 되어야만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철강업계와 뿌리업계는 협력해야 할 것도 매우 많다.

그럼 우리 철강업계와 뿌리업계의 협력은 어떤 수준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뿌리업계로부터 납품을 받기도 하고, 뿌리업계에 소재를 공급하기도 하는 철강업체들은 대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뿌리기업들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다. 소위 말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갑을관계’가 철강업계와 뿌리업계 사이에도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기자가 여러 뿌리기업과 관계자들은 취재하여 알게 된 사실은 철강업계 또한 대다수 완제품 제조업체들과 별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뿌리업계로부터 납품을 받을 때는 갑의 위치에서 납품단가 인하를 강제하거나 거래선 변경 위협 등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관철시키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독과점적인 소재 공급자의 위치를 이용하여 뿌리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소재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철강업체들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주조업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철강업체들이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하다보니 산업의 생태계가 건전하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탄식한 바 있다.

부품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CEO는 “국내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납품을 받을 때는 무한정 단가 인하를 요구하다가도 자신이 공급자의 입장이 되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뿌리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우니 업계 사정을 고려해 달라고 하소연해도 소재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가 뿌리업계를 비롯한 국내 부품산업이 몰락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완제품 대기업과 철강업계 또한 동시에 몰락할 것이다. 철강업계에서 이런 점을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의 산업경제는 어떤 특정한 분야만 발전해서는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그 산업의 전후방산업을 포함한 생태계가 건전해야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다른 산업 간의 관계와 달리 철강업계와 뿌리업계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관계이다. 그만큼 두 산업 간의 협력관계가 건실해야만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주력산업의 부진으로 철강업계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나 그래도 대다수가 영세기업인 뿌리업계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철강업계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뿌리업계와의 공존을 위해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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