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언더도그마’

문재인 정부의 ‘언더도그마’

  • 뿌리산업
  • 승인 2018.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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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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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방송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언더도그마’이다.

언더도그마는 힘의 차이를 근거로 선악을 판단하려는 오류로, 맹목적으로 약자는 선(善)하고, 강자는 악(惡)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이다. 사회과학에서 약자를 뜻하는 언더독(underdog)과 맹목적인 견해, 독단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어인 것이다.

네티즌들이 이 단어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최근의 이수역 폭행사건 등 여성 관련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여성의 목소리만 듣는 편파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언더도그마는 여성문제와 노동문제 등 사회정책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모양이다. 바로 경제 분야에도 언더도그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미래성장산업으로 손 꼽히는 3D프린터와 ESS를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결정했다.

3D프린터 분야에서는 국내업체인 신도리코와 미국 3D시스템즈, 독일의 EOS 등 국내외 80여 업체가 반대 의견을 냈다. 여기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이스라엘 상무부도 자국 기업의 판매를 막지 말라며 공식 서한을 제출했다. ESS(에너지저장장치)시스템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LS산전·효성중공업·이랜택 등 국내 대기업들이, 서버 분야에서는 델EMC·HP 등 해외 기업들이 반대했다.

3D프린터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아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세계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점유율이 1%대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향상시킬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속 등의 제조용 3D프린터의 경우 국산제품은 아직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대학교나 공공기관 및 연구소 등에서도 해외장비 수급이 되지 않은 경우 연구개발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SS도 마찬가지이다. ESS 핵심부품인 삼성SDI, LG화학, 효성중공업,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굴지의 배터리 제조사들은 모두 대기업들이다. 신재생에너지업계에서는 ESS가 애초 대기업에 적합한 사업이라고 지적한다. 대규모 투자비가 필요한 장치산업이자 고기술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번 3D프린터와 ESS의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이 논란이 되는 것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반대하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3D프린터와 ESS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온 업계 인사들은 국내 중소제조업체만으로는 해당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중소기업 육성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현실과 맞지 않다면 수정해야 한다. 특히 신성장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나라경제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바란다면 언더도그마에 빠져 중소제조업체들에게 특혜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냉정한 판단을 통해 산업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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