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KG스틸호에 건투를 빈다

새로운 KG스틸호에 건투를 빈다

  • 컬럼(기고)
  • 승인 2019.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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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63@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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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어음 사기 사건을 저지른 큰손 장영자가 있었다. 그녀는 1982년 남편 이철희를 앞세워 고위층을 대상으로 어음 사기를 펼쳤다. 빼어난 미모와 남다른 지략으로 고위층을 손바닥 안에 놀리면서 사기행각을 벌였다. 그녀의 남편 이철희는 육군방첩대 SIS에 부대장 출신으로 중앙정보부 창설 요원이었다.

그녀는 남편의 권력을 이용해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건설업체들을 찾아가 남편의 과거 경력을 말하며 현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수배에 달하는 약속 어음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총 7,111억 원의 어음을 받아 그중 6,404억 원을 할인해서 사용했다.

이 사기 사건으로 포항제철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던 일신제강 등의 기업들이 부도가 났다. 이에 장영자와 이철희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형과 미화 40만 달러, 엔화 800만 엔 몰수형, 추징금 1억6,254만6,740원이 선고됐다.
장영자 사건의 최고 피해자였던 일신제강은 포스코가 위탁 경영을 하다 2년 후 동부그룹으로 넘어가 1985년 1월 동부제강으로 상호를 변경한다. 그 후 2008년 3월 또다시 동부제철로 상호를 변경하며 2009년 단일공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전기로 제철공장 준공을 통해 국내 최대 전기로 제철 회사로 자리매김하는가 싶었다.

부침(浮沈)이 심했던 회사는 당진공장에 열연 전기로를 설치하기 위해 1조2천억 원을 들였지만, 이 투자가 원인이 돼 자본잠식에 빠졌고 2014년부터 채권단의 관리에 들어갔다. 당진 열연 전기로는 2014년 말부터 가동을 멈추었다. 이에 동부그룹 주력 계열사 구실을 했던 회사는 30년 만에 김준기 회장의 품에서 떠나게 된다. 

세계 최대 열연 전기로 회사의 원대한 꿈은 너무도 허망하게 깨졌다. 국내 시장에서도 신규투자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이 점유율 1위 동국제강은 생산량을 10만 톤가량 늘렸고 추격자인 포스코강판과 세아씨엠의 생산량도 동부제철에 근접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는 것은 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회사는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지만 여의치 않자 채권단은 결국 매각을 결정한다. 한때는 중국의 바오산강철이 인천공장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당연히 반대가 심했다.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 반대의 가장 큰 이유였다. 다행스러운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동부제철 방황에 종착지는 KG그룹이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과 함께 국내 철강 산업을 이끌었던 동부제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회사는 KG스틸로 또 한 번 옷을 갈아입는다. 정상화에 앞장섰던 김창수 사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KG스틸호의 선장으로 이세철 전 넥스틸 부사장이 내정됐다.

국내외에서 어려움에 직면한 KG스틸호의 항로는 잔잔하지만 않을 것 같다.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넘어야 하고, 국내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떨어진 구성원들의 사기도 북돋아 주어야 한다. 한때 국내 철강 산업을 이끌던 그 위치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사명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득 희망을 안고 출항하는 KG스틸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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