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신년인사회와 향후 철강 산업의 10년은?

황병성 칼럼 - 신년인사회와 향후 철강 산업의 10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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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1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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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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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터널 길이는 너무 길었다.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모두가 움츠러들어야 했다. 지난해 경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둠의 그림자는 우리 업계에도 깊게 드리웠다. 먹구름은 한줄기 비로 걷히지만, 어둠은 날이 밝아야 걷힌다. 하지만 밝은 날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업계 발목을 잡는 각종 경제정책이 문제이고, 갈수록 보호무역의 끈을 옥죄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문제다.

신년인사회를 위해 1년 만에 업계 CEO들이 10일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불황 극복을 다짐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마냥 웃을 수 없는 것이 지금 최고 경영자들의 심정일 것이다. 업체들은 지난해 실적을 평가하며 수익 악화에 큰 방점(傍點)을 찍었다. 이것은 올해는 수익 개선이 최고 목표가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환경이 녹록하지 않으니 경영자들의 고민은 강물처럼 깊다.

해마다 신년인사회가 열리지만, 올해는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달랐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는 좋았던 해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언제나 위기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위기 극복에 한 마음이 되자는 다짐으로 신년인사회 자리를 뜨겁게 달구곤 했다. 이처럼 위기론은 통과의례처럼 해마다 회자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위기를 거론하면서 ‘안정적 성장’이 최대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한국철강협회 최정우 회장은 이를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것은 심각한 상황에 부닥친 우리 철강 산업에 심폐소생술이 되기를 기대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내수시장 육성과 수입규제에 선제 대응을 통한 수출시장 개척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수입산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공급과잉 제품이 국내 시장을 교란한 지 오래됐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해 대응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근원적인 문제인 수요가들을 계도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철강협회의 역할이 크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각종 수입규제는 큰 악재이다. 미국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바람은 지난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태풍으로 몰아쳤다. 올해도 그 바람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큰 태풍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민·관의 굳건한 협력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 발생 전에 서로 협력해 선제 대응함으로써 수출 길이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는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세우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철강 산업 지능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당부이다. 포스코는 이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제철소 구현이 그것이다. 자체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을 통해 지난 50년간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공장의 데이터를 수집, 정형화하고 이를 스스로 학습해 최적 공정조건을 만들어 생산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날 정부 대표로 참석한 정승일 차관은 “우리 철강 산업은 40년의 짧은 역사에도 세계 5위 조강 생산국에 올라섰다. 이 저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자”고 했다. 덕담일 수 있으나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큰 업적임이 틀림없다. 세계 5위라는 금자탑을 쌓는 데는 선배 철강인들의 희생이 컸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업 발전을 위해 흘린 구슬땀의 결실이 바로 그것이다. 선배들의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의 10년도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게 잘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향후 철강 산업은 수익성 해결이 최대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고부가 제품 개발 등으로 수익 창출에 힘써야 한다. 수익 없는 제품의 판매는 ‘팥 없는 찐빵’과 다를 바 없다. 올해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경영자들의 고뇌가 깊어질 것이다. 길은 있다. 신년인사회에서 나온 말들이 그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들을 깊이 새겨 불투명한 경영환경에 올바른 길을 인도하는 등대와 같은 기준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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