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을 지향합니다”
“글로컬을 지향합니다”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0.06.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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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글로컬(Glocal)을 지향합니다. 본사에서도 각 지사에서의 판단과 결정을 항상 존중하는 편입니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만난 글로벌 업체의 한국 지사장이 한 말이다. 이 업체는 세계 50여 개국에 임직원 대략 1만7,000명을 두고 해당 국가의 현지 상황에 맞는 적절한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본사는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서 해당 국가에 파견된 지사 직원들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주는 편이란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이 만난 글로컬(Glocal)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지만 판매 전략에 있어서는 현지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각 국가에 파견되거나 현지 고용된 직원들은 이 업체가 직접 고용한 직원들이다. 단순히 에이전트를 고용하거나 에이전시를 두고 판매권이나 영업권을 주는 방식이 아닌 직접 고용인만큼 직원들의 애사심과 업무 집중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계약직이나 파견직, 임시직 등 직접 고용이나 완전고용에서 소외된 노동이 초래하는 문제들은 우리 사회에서 항상 크고 작은 논란과 문제들을 만들어왔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군,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아르바이트생 감전 사망 사고, 청주방송 이재학 프리랜서 PD 자살 ….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부재와 이에 따른 박탈감,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압박감에서 오는 스트레스, 사고가 나거나 인명을 잃었음에도 어느 쪽에서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인명 경시 풍조까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들이 여기서 기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최근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흑인 폭동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계약직이나 파견직, 임시직, 일용직 등으로 직접 고용이나 완전 고용에서 소외된 흑인을 비롯한 미국 사회의 소외계층의 박탈감과 분노가 폭동의 원인이나 불쏘시개가 됐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흔히 자본주의는 단기적인 성장성과 경제성을 따지면서 노동의 외주화와 임시직, 파견직화 등을 활용해 직접 고용 부담을 회피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결국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사회 문제를 고착화하고 더욱 악화시키는 대열에 합류하는 길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이러한 손쉬운 해결책들이 종국에는 곪을 대로 곪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큰 갈등과 비용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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