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친 노동 정책에 리쇼어링이 될 말인가?
황병성 칼럼 - 친 노동 정책에 리쇼어링이 될 말인가?
  • 황병성
  • 승인 2020.07.06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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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사업을 못 해 먹겠다고 해외로 사업체를 옮긴 업체가 많다. 각종 규제에 부딪히고 높은 임금과 강성 노조는 사업을 영위하게 힘든 환경을 조성했다. 이에 경영자들은 낮은 임금과 각종 혜택이 넘쳐나는 동남아 등으로 눈을 돌렸다. 

선택은 옳았다. 여러 골치 아픈 문제에서 벗어나자 숨통이 트였다. 사업에만 신경 쓰는 환경이 조성되니 일이 저절로 풀렸다. 이 소문을 들은 기업들의 사업장 이전이 러시를 이루었다. 

불과 몇십 년 전의 일이다. 국가가 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각종 규제로 제약하는 것이 더 많았다. 근로자의 높은 임금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강성 노조와 타협은 쉽지 않았다. 노조는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로 경영자를 불안하게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요구에 사업 포기 마음마저 들게 했다. 친 기업적인 것이 하나도 없으니 경영자의 입에서 “못 해 먹겠다.”는 말이 수시로 흘러나왔다.

반면 외국의 기업 환경은 우리와 정반대였다. 베트남과 인도 등 아세안 국가는 낮은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에 더해 정부 주도로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과감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특히 베트남은 신흥 아세안 국가 중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 사업장에 대한 현지 정부 지원, 세제 혜택이 파격적이었다. 우리 기업 진출 1순위가 된 이유이다. 대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진출했고, 협력업체 진출도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리쇼어링(re-shoring)’이다. 보조금 지급은 물론 세금 인하와 규제 개선 등 귀에 솔깃한 당근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가장 공격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강력한 친 기업 정책으로 2018년 886개 업체가 되돌아오는 성과를 올렸다. 일본, 독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역시 구미 당기는 보조금 지급과 세금 혜택 등 달콤한 유인책이 뒤따랐다.

우리 정부도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국내 유턴 기업 유치 확대 방안을 발표하는 등 ‘한국판 뉴딜’ 성공의 핵심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 기업은 국내 복귀를 기피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업체 308개 중 해외공장을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복귀 의향을 묻자 94%가 “계획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것은 정부의 리쇼어링 대책이 해외사업장 이점을 상쇄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은 리쇼어링을 위해서는 국내 경영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기업을 활력을 제고해 국내 생산에 대한 ‘투자 매력 국가’로 거듭나는 경제 제도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함을 역설했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해외로 간 기업이 절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이 얘기는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본질은 꿰뚫지 못하고 변죽만 울린다는 지적을 뒷받침한다.

정부의 정책에는 일견 공감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환경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최저임금이 해마다 오르고 있고, 주52시간근무제 등 노동 경직성이 너무 심각하다. 막대한 법인세와 증여세, 상속세 등은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해외 이전 업체들이 국내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한국형 뉴딜정책에 대한 폭넓은 논의기 필요한 이유다. 근본이 바뀌지 않고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많은 기업이 국내로 복귀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첨병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정부의 바람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친 노동 정책이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상황에서 몇몇 지원 정책 하나만 믿고 국내로 복귀할 업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 이것이야말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본보기다. 

해외 사업장 이점을 상쇄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과감한 유턴 정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리쇼어링은 실효성 없는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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