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중국의 볼펜 심 국산화에서 얻는 교훈
황병성 칼럼 - 중국의 볼펜 심 국산화에서 얻는 교훈
  • 황병성
  • 승인 2020.09.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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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심(위안주비 비터우, 圓珠筆 筆頭) 자체 개발 성공’. 2017년 1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 현지 주요 매체들은 이런 제목을 붙인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고작 볼펜 심 하나에 웬 호들갑인가 하는 외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 제조업계에 이 사건이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중국은 3,000여 개 공장에서 매년 380억 개의 볼펜을 생산했다. 전 세계 수요 80%를 책임지는 규모다. 문제는 볼펜 심에 들어가는 고강도 스테인리스강 ‘볼’을 자국 기술로 만들지 못한다는 점에 있었다. 이 때문에 핵심 부품 90%를 일본과 독일 등에서 수입해야 했다. 

이에 따라 개당 2,000원짜리 볼펜을 팔아도 중국에 떨어지는 부가가치는 5%(100원)에 불과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 볼펜 심 하나도 못 만드는가!”1년여 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탄식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볼펜 심은 규모만 크고 내실은 없는 중국 제조업의 한계를 상징했다. 훙인싱(洪銀興) 난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볼펜 심 개발은 제조업 가치사슬을 대륙 안에서 완결하는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구축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의 핵심기술 국산화는 볼펜 심에 그치지 않고 있다. 2025년까지 핵심 소재와 부품 70%를 국산으로 채우겠다는 ‘중국 제조 2025’의 야심 찬 계획의 한 단면일 뿐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인가. 일본의 수입규제로 부품소재 국산화가 현실 문제가 됐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들여다보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7월 낸 보고서를 보면 충격적이다. 

우리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4,277개 품목 가운데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50% 이상 품목이 253개, 90% 이상 품목은 48개나 된다고 한다. 90% 이상 품목을 금액으로 따지면 3조3,000억 원이나 된다.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다. 우리가 소리 높여 국산화를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바뀌었다 해도 종속 관계는 여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화학·금속기계·전지전자 등 대부분 산업이 열위에 있다. 수입의존도가 높으면 환경이 불안해질 때 국내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다. 우리 업체 목줄을 죄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외교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일본과는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결국 국산화가 대안이다. 외풍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 우선 철강 산업을 들여다보면 각고의 노력이 자랑스럽다. 우리 업계들의 국산화를 위한 노력은 제품 구분 없이 다방면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최근 포스코의 흑연 쾌삭강 개발, 현대제철의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세아창원특수강의 고급 강 듀라·듀맥 개발, 고온·고압용 보일러 튜브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제품은 수요연관 업체 경쟁력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크다. 

중국의 인민일보가 볼펜 심 국산화 보도에서 비록 작은 볼펜 심을 만드는 기술이지만 제조업 대표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을 국산화한 것이며, 과학기술로 공법을 발전시키고 상품의 질을 높여 인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발전하는 중국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이것을 발판으로 삼아 반도체 국산화로 삼성의 벽을 넘으려는 야망을 꿈꾸고 있다. 

우리도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부품소재 국산화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다행히 정부가 중요성을 깨우치고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도 중국처럼 절실함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리만 요란했지 국산화의 길은 요원하다. 

우리 업계도 소재 공급 업체 특성을 고려하면 흘려들을 수 없다. 다행히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수 업체가 국산화를 위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실이 알차고 달콤한 열매가 맺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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