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 탄소 국경세 도입에 전기아크로 확대가 대안으로 부상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중국 조강 생산량 증가, 신흥국 설비 확대로 공급과잉 지속 우려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등 4차산업 기술 활용한 생산 최적화 지속, 무인화 공장 등장 예상
지난해 세계 철강업계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주요국들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인해 철강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지속되면서 상당수 철강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기존의 세계 경제 체제를 크게 변모시키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기존의 추세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강화되던 온실가스 감축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2016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고 각국 정부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생산관리를 위해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등 4차산업 기술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본지에서는 세계 철강업계가 직면한 3대 과제인 친환경/공급과잉/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실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알아보았다.
주요국의 탄소 배출 허가제 및 탄소 국경세 도입에 철강업계 비용부담 증가 우려 현실화
세계 철강업계, 낡은 소형 고로 폐기 및 전기아크로 확대·철스크랩 사용 확대로 대응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세계 철강업계에서는 탄소 배출 허가제와 탄소 국경세 도입이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이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미적지근한 태도와 함께 제2 경제대국인 중국의 반발로 인해 기후협약 체결 자체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기후협약 체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고, 유럽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기 시작했다.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기는 했지만 국가별로 의도는 다소 달랐다. 우선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우 경쟁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특히, EU 집행위원회는 2021년까지 WTO 규정에 부합하는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을 제안하고 상이한 탄소배출규제를 가진 국가로부터 탄소배출을 예방할 계획이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에 상당한 무역장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도 EU에서는 환경규제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EU에서는 공정경쟁 확립을 내세워 보호무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U에서는 경쟁정책을 주기적으로 검토해 독과점 규제, 정부지원금, 인수합병 규제 수준의 적정성을 심사하고 2021년까지 에너지 및 환경 분야의 정부 보조금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경우에는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자국 내 반발을 줄이기 위해 환경규제를 실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국 내 환경문제 해결과 함께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낡은 고로를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병행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탄소 배출 규제가 다소 완화되는 기미가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과 일본, 한국 등이 ‘탄소 제로화’를 선언하면서 환경규제는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현실화되자 주요국 철강업체들은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가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응하여 가장 많이 시도하는 것은 전기아크로 확대와 철스크랩 사용 확대이다. 전기아크로의 경우 고로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적고, 생산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광석 제련보다 철스크랩 사용 확대도 동일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주요국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기존과 달리 전기아크로 설비를 크게 확충하고 있으며, 2021년 1분기 내에 1천만 톤 수준의 신규 전기아크로 설비를 가동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도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동시에 전기아크로 설비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낡은 유도로와 소형 고로를 폐기하는 대신 전기아크로 설비를 늘리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고로업체들은 철강재 생산 원재료로 철광석 비중을 줄이고, 철스크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 국제 철스크랩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한국과 유럽의 철강업계 등에서는 ‘수소환원제철’ 등 무탄소 생산공정 개발을 통해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기술 개발에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주요국 철강업계는 전기아크로 확대 및 철스크랩 채택 비중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세계 철강 수요가 반등하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전기아크로 설비는 대폭 증가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당분간 국제 철스크랩 가격도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철강산업 공급과잉, 미국의 232조 관세·유럽의 세이프가드 등 보호무역 강화 초래
아시아 및 중동지역 중심으로 철강설비 증가 지속, 철강 구조조정 위한 글로벌 합의 필요
세계 철강업계의 주요 이슈가 된 공급과잉 문제는 사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문제였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인해 세계 철강 수요가 급증하던 당시에는 신흥국들의 철강 생산용량 확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저성장 상태로 접어들면서 세계 철강 수요는 정체되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철강 설비는 지속해서 증가했다.
공급과잉이 지속되자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은 밀어내기 수출을 감행했으며, 이는 결국 2016년 출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32조 관세를 부르는 원인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232조 관세 부과 외에도 수입 쿼터제를 통해 철강재 수입을 강력하게 규제했고, 이에 대응하여 타 국가들도 철강 관련 수입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도입하여 역내 철강산업 보호에 나섰으며, 인도와 아세안 신흥국들도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을 통해 자국 철강산업 보호에 나섰다. 중국의 경우 2010년대 중반 이후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1억 톤 이상의 생산용량을 감축하기도 했지만 2019년 이후 다시 철강재 수출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세계 철강업계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국제기구 등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투자 프로젝트가 모두 실현된다면 세계 조강 생산 능력은 2018년~2021년 동안 3.9~4.9%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OECD는 현재 및 계획된 역량 강화 프로젝트가 실현되고 3년 동안 기존 설비의 폐쇄가 없을 경우, 세계 철강 생산 능력의 증가는 연간 8,811만 톤에 이를 수 있으며,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새로운 역량의 대부분이 배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세계 철강업계의 공급과잉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2020년 세계철강 수요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철강 수요가 2.4% 감소해 17억2,510만 톤으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철강 수요는 2020년에 비해 4.1% 증가한 17억9,510만 톤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철강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글로벌 생산용량과 철강 생산량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그러나 2020년에는 생산용량은 증가한 반면 수요 감소로 인해 철강 생산량은 감소하면서 글로벌 생산용량과 철강 생산량의 격차가 최대 7억 톤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글로벌 공급과잉이 지속되자 주요국들은 ‘철강 과잉 용량에 관한 글로벌 포럼(이하 GFSEC, The Global Forum on Steel Excess Capacity)’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GFSEC는 지난 2016년 12월 16일 베를린에서 정식으로 설립되었다. GFSEC는 중국이 2019년 말 포럼에서 탈퇴할 때까지 세계 철강 생산량과 용량의 90% 정도를 대표하는 G20 회원국들과 관심 있는 OECD 회원국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중국의 탈퇴 이후 GFSEC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
특히, 기존에 세계 철강산업 보호무역을 주도하던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 중국을 포함한 신흥 개도국들의 강력한 과잉설비 해소를 촉구하고 있다.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지난해 GFSEC에 현재 진행 중인 과잉생산 해소 작업의 강화를 요구했다.
악셀 에거트(Axel Eggert) 유럽철강협회 사무총장은 “EU 철강산업은 이미 지난 10년간 2,200만 톤 이상의 철강 생산능력을 감소시켰다. 반면 다른 지역들은 세계가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수출 중심의 생산설비를 계속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철강협회는 주요 철강 생산국 정부가 주도하는 글로벌 포럼의 임무가 거의 만료된 시점에서 이를 연장할 것을 요구해 왔다. 참여국들의 대다수는 이에 동의했고, 과잉용량 해소를 위한 업무를 지속할 것을 요청했다. GFSEC의 작업이 계속되니 기쁘다”고 말했다.
GFSEC를 통한 노력 외에 각국은 인수합병 활성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인수합병의 경우 주요국들이 규모 확대를 통해 자국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 EU 등 선진국들은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소규모 철강업체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며, 중국 또한 소규모 업체들을 폐쇄하거나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주요국들이 인수합병을 실시하면서 철강산업의 산업 집중도는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편 세계 철강업계의 공급과잉이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흥개도국들의 경우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철강 생산용량을 확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과 신흥개도국 간에 상호협력에 기반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생산 최적화 추진·2050년경 사실상 공장 무인화 전망
2010년대 중반 이후 세계 제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4차 산업혁명’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단순 자동화를 넘어 제품 설계부터 생산 및 공정관리, 품질 검사 등 제조 공정 전반을 데이터를 활용해 통제하고, 생산을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최대 이슈가 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서도 스마트공장 구축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는 해외 철강업체들도 마찬가지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주요국 철강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존의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철강업체들은 4차 산업혁명과 친환경 철강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열세이던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고부가가치 강종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 등 개도국의 경우 대형 철강사들을 중심으로 기존에 취약했던 제품 불량률 감소 등 품질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4차 산업혁명을 적극 추진 중이다.
2010년대 중반 4차 산업혁명 초기에는 제조와 생산 부문을 위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물류를 포함한 철강 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4차산업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소 철강업체들도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시행 등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공장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세계 철강업계가 4차산업 기술을 적극 도입하면서 세계 철강산업은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존에는 저임금을 찾아 선진국 업체들이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경우가 많았고, 원가 절감 차원에서 철강업체들이 철광석과 석탄 광산의 지분에 직접 투자를 하여 수직계열화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을 통해 생산을 최적화한 스마트공장이 구축되면 원가 절감을 위한 저임금국가로의 공장 이전이나 원자재 분야의 수직계열화 필요성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많은 현장인력을 필요로 하는 장치산업의 대표주자인 철강산업이 미래에는 사실상 무인화공장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10월 말 개최된 ‘2020 철강성공전략회의’에서 진행된 ‘철강산업 2050 패널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미래의 철강산업이 인공지능 및 자동화설비를 통한 생산 최적화로 인해 30년 후에는 현장의 기능인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피터 마커스(Peter Marcus) 월드 스틸 다이나믹스(World Steel Dynamics) 관리이사는 “자동화된 미래의 철강 제조업체들에게는 저임금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제조업을 임금이 싼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할 동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의 사회를 담당한 존 리히텐슈타인 크루서블 컨설팅 대표는 “그 시점이 되면 생산 현장에는 사람이 거의 필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