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제3차 무역산업포럼 -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개최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구자열)는 11월 23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제3차 무역산업포럼’을 개최했다.
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와 러-우 전쟁 등에 의한 단기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이에 대한 각국 대응이 중요 정책과제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지만, 공급망 차질 문제는 이미 화석연료에서 전기동력 시대로의 전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등 산업변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동력화로 니켈,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디지털 전환이 반도체 및 관련 소재와 장비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주요 원료의 원활한 수급여부가 각국의 미래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해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기동력화와 관련된 대부분의 광물은 중국에 편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코발트 등 해외광산까지 장악해가고 있어, 우리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중국 의존과 그에 따른 수급 불안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그 실례로, 최근 핵심광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 양극재 판매 이윤의 70%는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에 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급망 차질 그린·전환 등 산업변혁으로 심화, 전략자산 R&D 확대 및 생산성 제고해야
수입선 다변화·에너지 전환·첨단기술 보호 및 투자 확대·공급망 3법의 신속한 제·개정 필요
그는 “앞으로 우리는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거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다자간 협의체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공급망 다변화에도 힘을 써야겠지만, 자원부족이라는 우리의 제약조건을 감안한다면 반도체 등 한국 의존이 불가피한 핵심 소재나 부품을 지속 개발함으로써 우리만의 경쟁우위를 확보해 각국과 협상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등 전략자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R&D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역협회 조상현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장은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첨단기술 보호 및 투자 확대 ▲공급망 3법의 신속한 제·개정 등을 제언했다.
우선 수입선 다변화 목적으로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산업별 특성에 따라 ‘탈중국’(China Exit), ‘중국+1’(China+1), ‘중국 현지화’(In-China for China) 전략을 선택해 맞춤형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베트남 등 공산권 국가에 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완화를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부동산, 특허 등 분야별 지원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지원을 위해 수소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태양광·풍력 설치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력구매계약(PPA) 전력망 이용료 및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
셋째, 첨단기술 육성 및 보호를 위해 첨단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지원 시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지원효과도 낮은 현금성 지원보다는 기업의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정부 지원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지 않은 국가핵심기술에 대해서도 수출승인 절차를 추가하여 기술유출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안정을 위한 민간의 노력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공급망 관련 3법’의 제·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이날 회의는 세션과 정책토론으로 진행됐으며, 첫 번째 세션은 ‘주요국 공급망 재편전략과 시사점’을 주제로 진행됐다.
‘미중 경쟁과 미국 공급망 재편 정책’ 발제에 나선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중국이 일대일로 등 세계 각국의 공급망 내 중국 의존 확장 정책을 시행해가자, 미국이 대중국 공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미국의 공세적 정책은 자국 내 투자 유인(CHIP4, IRA 등), 동맹국과의 연대(IPEF, MSP 등), 핵심산업 견제(ECRA 등)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정부 주도 산업정책과 자원보유국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자강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경제구조 변화 속 對中 공급망 전략’을 발제한 백우열 연세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IPEF를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정치화, 무기화하려는 시도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이러한 중국의 IPEF에 대한 인식, 한-중 외교·안보 및 정치·경제 구조 변화에 맞게 경제안보를 우선한 대중국 공급망 전략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원보유국과의 협력 확대, 대중국 공급망 전략 신규 설계, 소부장 공급망 안정화 필요
반도체 규제 완화, 배터리 소재 전주기 관리, 안보 위주 에너지 공급망 재구축해야
‘공급망 패러다임 변화와 정책 대응’을 발표한 김진 산업부 소부장총괄과장은 “일본 수출규제 대응에 집중했던 지금까지의 소재·부품·장비 정책을 러-우 전쟁, 미-중 기술패권 경쟁 등 공급망 위기 상시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글로벌 공급망 종합 지원체계로 전환할 때”라면서, “이를 위해 「소부장특별법」을 개정하여 공급망 안정화 법적 근거를 차질 없이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동 법 개정을 통해 공급망 안정품목을 신설하여 산업과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수와 같은 원소재·범용품을 집중 관리하는 한편 소부장 기업 공급망 안정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별 이슈 및 전망’을 주제로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대응’에 대해 발표한 이승우 유진증권 상무는 “한국의 반도체 매출 규모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수준이나, 반도체 공급망 상장사 매출은 1,460억 달러로 2,550억 달러의 대만에 크게 뒤처져 있다”면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및 생산인력을 확충하고 수도권 환경규제도 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흔들릴 경우 결국 일본이 이득을 볼 수밖에 없어 전략적 모호성 폐기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배터리 산업 경쟁력 진단’을 발제한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이차전지 소재의 전주기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QR코드 등으로 개별 배터리셀의 원료, 소재, 유통 이력 등 관련 정보를 데이터화하여 유기적으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공급망 재편과 대응’을 발제한 이상열 에너지연구원 팀장은 “러-우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이 안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공급망 교란 주기가 잦아지고 에너지 가격이 급등락을 보이고 있다”면서, “에너지 시장의 충격 최소화를 위해 저탄소·고효율 시스템 구현, 원가기반의 에너지 요금체계 확립, 청정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자립도 제고, 우호국 중심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대응’ 정책토론에서 이경호 산업부 소부장협력관은 “자국 중심주의가 심화되면서 각국이 안정적 내수 공급을 이유로 수출을 통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지난해 요소수 사태에서 본 바와 같이 공급망 위기는 국민 생활과도 직결되므로, 정부는 위기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글로벌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지원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준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한국은 중국 중심의 중간재 수급 구조를 지니고 있어 현재 중국을 타겟으로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산업대전환 등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공급망 정책은 공급망 교란 억제력 강화, 빠른 회복력, 전략적 리스크 분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서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단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기술주권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유럽은 디지털플랫폼,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기술주권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미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은 주요국 기술주권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국가 간 입장 차이에서 발생하는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훈 중앙대 정외과 교수는 “IPEF 규범은 국제사회가 규정한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와 동조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변화되는 글로벌 경제·사회 규범에 한국도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