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법 전부개정안 국무회의서 의결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내년 초 시행
순환자원 지정·고시 등 부가 절차 남아
철스크랩 고품질 위한 공급자 지원도 절실
정부와 국회가 '순환경제사회 전환'으로 뜻을 모으면서 마침내 철스크랩도 내년 초 폐기물 규제를 벗고 일체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진정한 순환경제사회를 위해서는 철강 산업에서 철스크랩 공급자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철스크랩 고품질화를 위해 관련 가공산업 육성에도 정부가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자원순환기본법 전부개정안인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법 공포 이후 1년 뒤인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앞선 국회 의결안에 대한 후속 조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자원순환법 전부개정안'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 19건의 법안을 의결했고 이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이번 전부개정안을 통해 폐기물의 발생 억제 및 순환이용에 초점을 두고 있는 기존 자원순환기본법 제명을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으로 개정하고, 순환경제로의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민주당 송옥주 의원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각각 제출한 전부개정안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등이 제출한 일부개정안 등 5개의 법안을 통합 조정해 대안으로 만들었다.
주요 내용으로는 △생산·유통·소비 등 제품의 전 과정에서 자원의 순환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 근거와 생산자 등의 준수 사항을 마련하고 △폐기물발생감량률을 국가 순환경제 지표로 추가하며 △순환경제 신기술·서비스 관련 규제의 신속 확인 및 일괄 처리, 실증특례 및 임시허가 등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전부개정안에 포함된 순환자원 지정·고시제로 철스크랩을 포함한 폐지, 폐유리 등은 일체 순환자원으로 인정돼 폐기물 규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순환자원 지정·고시제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제23조로 주요 내용으로는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고, 해당 물질 또는 물건을 폐기물로 취급하는 것보다 순환자원으로 지정하는 것이 순환이용 촉진에 보다 효과적일 경우 환경부장관이 이를 순환자원으로 고시할 수 있으며 고시된 순환자원은 폐기물로 보지 아니하도록 함"으로 명시했다. 이어 관련 순환자원의 지정·고시의 절차와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즉, 개인 또는 법인·단체의 신청 없이도 철스크랩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련 규제에 대한 산업계 부담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해 8월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환경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환경부는 "허용된 것 말고 다 금지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에서 금지된 것 말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폐기물 중 유해성이 적고 재활용이 잘 되는 품목인 철스크랩, 폐지, 폐유리 등은 즉시 순환자원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폐기물이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면 폐기물관리법상 규제를 받지 않고 운반·보관·사용에 제한이 없어진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부터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지 않으면서 활용 가치가 높은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연간 생산 실적만 확인하고 폐기물 규제를 면제해왔다.
다만, 법률에 정해진 환경성과 경제성 기준 외에도 시행령 상의 9개까지 총 11개 기준을 충족해야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실제 2020년 기준 전체 폐기물 1억9,000만톤 가운데 순환자원으로 인정받는 양은 단 169만톤(0.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자원순환기본법에서 순환자원 인정기준은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지 않을 것 △경제성이 있어 유상거래가 가능하고 방치될 우려가 없을 것 △그 밖에 대통령령(시행령 9개)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할 것 등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자원순환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환경부 장관이 인정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것’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시행령상 기준을 모두 없애고 ‘소각·매립·해역배출에 사용되는 물질·물건이 아닐 것’이라는 기준을 신설했다.
한편, 정부는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이란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재작년 9월 제정·공포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제조 공정에서 원료의 순환성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제품 사용 기반을 구축하는 등 재활용 체계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관련 여러 시책을 수립해왔다.
그동안 철강 업계에서는 대부분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는 철스크랩을 순환자원으로 지정해 원료 효율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다가올 철스크랩 순환자원 지정을 통해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아울러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사회로 전환하는 데 큰 기여가 예상된다.
■ 철스크랩 고품질화 위한 제조업 환원 절실
다만, 진정한 순환경제사회를 위해서는 철스크랩 공급자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철강 산업에서 철스크랩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원자재인 만큼 그에 맞는 가공산업 육성에도 정부가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철스크랩 관련 사업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E38(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및 원료재생업)으로 제조업 군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 2007년 이전에는 제조업 군인 D37(재생용 금속가공원료 생산업)에 속해 공장 등록 및 세제 혜택 등 사업 활동에 별다른 제약이 없었으나 이듬해부터 제조업 군에서 이탈함으로써 그간 누리던 혜택을 대부분 상실하였고, 현재까지도 산업단지 입주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철강자원협회는 오는 2024년 통계청에서 시행 예정인 '한국표준산업분류 제11차 개정 작업'에 의견을 전하면서 철스크랩업을 현재 '금속류 원료재생업'인 E38에서 '금속가공원료 제조업' C24로 지정 요청하고 있다.
앞서 협회는 철스크랩 품질 향상을 위한 슈레더, 길로틴 등 가공·정제 설비를 갖추고 있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제조업으로 분류하도록 정부에 적극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통계청에서는 유엔 국제표준산업분류체계(ISIC) 등 국제 비교성 측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검토 대상이라는 통계청의 입장과 함께 제조업으로의 환원은 현재 다소 희박한 상황이다.
ISIC에서도 철스크랩업을 원료 재생업으로 분류하고 있고, 특정 설비의 유무에 따라 달리 나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임순태 한국철강자원협회 회장은 "산업분류 개정을 통해 가공·정제 설비 철스크랩 사업자는 반드시 제조업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철스크랩 시설투자에 대한 지원, 투자세액 공제 등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정부에 지속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에 따르면 순환자원의 사용실적이 우수한 사업자에 대한 행정적·기술적·재정적 우대조치 단서만 있을 뿐, 공급자에 대한 언급은 없다. 즉, 철스크랩 공급 업체는 고품질화에 대한 동력이 전무한 상황이다.
임 회장은 "아울러 철스크랩 사업장의 입지 문제 역시 영업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로 특히 산업단지 입주 제한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단지 내에서 발생한 철스크랩을 단지 내에서 처리하면 자원의 불필요한 이동과 유출을 방지할 수 있어 환경과 효율 면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