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마라톤 장에서 꿈꾸었던 ‘그린철강’

황병성 칼럼 - 마라톤 장에서 꿈꾸었던 ‘그린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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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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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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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황영조였고 이봉주였다.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는 달콤했다. 하늘은 시린 겨울 강물처럼 맑았다. 긴 터널을 뚫고 나온 기차의 기적처럼 새롭게 세상에 태어난 듯 사람들의 목소리는 생기가 돌았다. 팬데믹 이 침탈한 일상은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우울하고 답답했다. 온갖 제약으로 불편함이 많았기에 다시 찾은 자유로 느끼는 행복감은 컸다. 20일 하남 미사리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그랬다. 우리 업계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반가움이 더했고 일상으로 복귀는 그래서 더욱 소중했다.

이날 철강마라톤에서는 오랜만이라는 말이 유난히 많이 나왔다. 4년 만의 대회이니 당연했다. 본사와 공장 사람들의 만남이 그러했고, 직장 가족들의 만남이 그러했다. 마치 생일처럼 때가 되면 당연히 치르던 행사였다. 칠월칠석 오작교에서 만나는 견우와 직녀와 같이 운명처럼 치르던 행사였다. 그러나 전염병으로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갔다. 이것이 정상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희생도 뒤따랐다. 다시 만난 사람들의 안부 인사가 오랜만이라는 것은 이러한 과정이 있어서이다.  

철강마라톤은 철강사진전, 사랑의 연탄나누기와 함께 한국철강협회가 주관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타 업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훌륭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차갑게만 느껴지던 철(鐵)의 인식을 바꾸는데 공헌했다. 이 마라톤 행사가 아니었다면 누가 철강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5회를 치르기까지 국민들을 대상으로 철의 차가운 인식을 허물고자 부단히 애썼다. 철강협회가 앞장섰고 업계가 뒤따르며 노력한 결과 국민들 곁으로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에 칼바람 매서운 엄동설한의 얼음 같았던 철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철로 바뀌었다.

 그 홍보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대회 슬로건은 ‘그린철강’이었다. 이 메시지의 울림은 실로 컸다. 미래 철강 산업이 추구해야 할 궁극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케이스틸(K-StEEL)이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과업이기도 하다. 철강이 친환경을 내세운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환경을 등한시하고 살았던 부끄러운 지난날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현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업계는 잘 알고 있다. 4천여 명이나 참석한 큰 행사에서 철강 산업의 미래를 그린철강으로 천명한 것은 숙명처럼 이루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마라톤은 단거리 달리기처럼 한 순간에 힘을 쏟는 것이 아니다. 숨 쉬는 것도, 달리는 속도도, 날씨에도 적절하게 조절하고 잘 적응해야 좋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기록은커녕 중도에 포기하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그린철강도 마찬가지다. 꿈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마라톤처럼 적절한 조절과 인내의 정신력이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꿈은 허망하게 끝나고 말 것이다. 그린철강 실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마라톤의 매력은 골인 지점을 통과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다. 마치 굴곡 많았던 삶을 이겨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분과 상통한다. 마라톤 기원이었던 전쟁의 승리를 전하고자 쉬지 않고 달려 승전보를 전한 그리스군 전령도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다름은 전령은 임무를 다한 후 숨졌지만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름답게 그리는 그린철강의 꿈도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이다. 그날을 상상하며 마라톤의 긴 레이서처럼 인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을 때 케이스틸도 세계 속에 우뚝 설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완주 과정에서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만난다. 때로는 길이 너무 험난하고 능력이 부족해 좌절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좌절 여부가 아니다. 이것을 어떻게 딛고 일어서느냐이다. 힘들다고, 아니면 늦었다고 포기하면 완주의 꿈은 이룰 수 없다. 
우리 업계가 마라톤 장에서 다짐했던 그린철강의 실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16회 철강마라톤은 끝났지만 우리가 목표하는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생의 마라톤도, 그린철강을 향한 마라톤도 그 여정이 만만치 않다. 중요한 것은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마침내 꿈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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