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언론의 이름으로 언론을 말 한다

황병성 칼럼 - 언론의 이름으로 언론을 말 한다

  • 철강
  • 승인 2023.06.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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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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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을 만들었다. 고려시대 만든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그것이다. 2001년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적 기록 유산이다. 이 활자본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간행한 금속활자본 성경보다 78년 더 앞선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는 1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이런 DNA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이 책은 백운화상이 추린(초록) 부처님(불조)의 뜻, 직지심체 요약본(요절)이지만 금속 활자 태동의 발원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금속활자 인쇄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불경을 인쇄하는 용도 등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인쇄 문화까지는 발전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유럽은 달랐다. 1455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이용해 ‘구텐베르크 성서’를 인쇄하면서 기술이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이른바 정보의 대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지식층이나 성직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라틴어로 쓰인 책들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인쇄되면서 서민들도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처럼 지식의 대중화 공헌 때문에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세계 최초라고 오인받기도 한다.  

인쇄물이 널리 보급되고 책의 대중화 이후 등장한 것이 신문이다. 초기에는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뉴스레터와 같은 성격이었다. 당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같이 상업이 발달한 항구도시에 무역선이 들어오면 배가 싣고 온 물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상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무역선의 화물 목록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점차 발달해 오늘날 신문의 형태가 됐다. 필요할 때마다 발행되던 것이 정기적으로 발행되고, 취급하는 영역과 주제도 확대됐다. 이렇게 시작된 신문은 유럽과 미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며 붐을 일으켰다.

이처럼 신문은 애초 소식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독자들의 요구도 다양해졌다. 특히 사회의 공기(公器)라는 큰 역할을 부여받으며 책임도 더욱 커졌다. 단순히 사실 보도를 넘어 중요한 사건에 대해 해석하고 평가하며 처방을 제시한다. 새로운 여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에게 사회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심각한 부작용도 따랐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제공으로 심리적 긴장감이나 공포를 유발하기도 했다. 이 가짜 정보의 최고 피해자는 독자들이었다. 이것이 병폐가 되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언론은 중요한 사회화 기관 역할도 한다. 대중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동과 사고방식을 배운다. 이와 함께 사회 구성원들에게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해 사회 통합에 이바지한다. 하지만 규범이나 가치를 지나치게 주입하면서 사회 구성원의 가치와 사고방식을 획일화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로 말미암아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위축시켰다. 더불어 사회적 일탈 행동을 노출시켜 이것을 배워서 모방하는 등 역기능의 문제도 발생했다. 이 같은 언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에도 토마스 제퍼슨의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원 한다’의 말처럼 신문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본지가 6월 13일로 창간 29주년을 맞았다. 우리 임직원들은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며 보람과 함께 성찰(省察)의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에게는 유익한 신문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본지를 애독해 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미 구독자들에게도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우리 업계는 모두 한 배를 타고 가는 동업자이다. 같이 가는 길이 고단하지 않고 힘들지 않게 본지가 그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야 함을 느낀다. 가짜 정보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정보 취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는다.

당사 회장님이 창간 29주년 기념사에서 강조했듯이 ‘혼자 가면 빨리 가고 같이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이 잊히지 않는다. 지난 29년이 외롭지 않았던 것은 함께 걸어온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길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험난한 길일지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함께 가는 독자들이 있기에 외롭지 않고 두렵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독자들의 채찍질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 채찍질이 모질고 가혹해도 달게 받을 것이다. 이 약속은 흐트러짐 없이 지켜 갈 것이며 독자들의 끊임없는 관심을 또다시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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