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외국인 근로자의 明과 暗

황병성 칼럼 - 외국인 근로자의 明과 暗

  • 철강
  • 승인 2023.07.10 06:05
  • 댓글 1
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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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처럼 불어 닥친 인력난으로 중소업체 사장님들의 고민이 깊다. 취직이 안 돼 실업자는 넘쳐나는데 한쪽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이 웃지 못하는 상황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결국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외국인 근로자의 채용이다. 하지만 채용 이후 벌어지는 일을 보면 기가 막힌다. 그래서 채용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그런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그 사연을 들어보면 중소업체 사장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남는다. 

순진할 것이라는 선입관에 외국인 근로자를 덜컥 채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약을 대로 약아빠진 이들은 온갖 꼼수를 부리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업체를 골라 이직을 밥 먹듯이 한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중소 제조업 현장에 주로 투입되는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 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이다. 이를 채우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걸핏하면 작업 지시를 거부하는 등 사규를 어기는 일이 일쑤다. 그러다 야반도주로 철석같이 믿고 고용한 경영자를 배신하며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힌다.   

법무부·통계청의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2020년)’ 결과, 외국인 근로자의 42.3%가 입국 1년 이내에 근무지를 바꿨다. 근무 기간 6개월을 채우지 못한 비율은 2017년 17.8%에서 2020년 22.5%로 상승했다. 이들이 국내로 들어와 취업하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이에 조금이라도 돈을 더 준다면 엉덩이가 덜썩이는 이직 유혹에 쉽게 빠진다. 특히 비전문 취업비자로 들어온 근로자들이 더욱 그렇다. 여기에 갖은 일탈을 부추겨 직장을 알선한 후 수수료를 챙기는 불법 브로커의 행태도 문제를 키우는 원인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노태우 정부부터이다. 1991년부터 실시한 ‘해외투자기업연수생 제도’ 및 1993년에 실시한 ‘산업 연수생 제도’가 시초이다. 3저 호황과 노동자의 파업 등으로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최저임금제가 도입되면서 임금이 크게 증가했다. 이로 말미암아 내수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가 대거 쏟아졌다. 반대로 노동여건이 열악하고 임금이 낮은 이른바 3D업체들은 외면받았다. 이에 인력난이 불거지자 외국인 근로자가 대안의 역사로 부상한 것이다.  

이 역사 속에는 폐해(弊害)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이 우리 산업에 일정 부분 공헌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한 회사에서 장기 근속한 근로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숙련공으로 불리는 이들은 회사를 성장·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장님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듬뿍 받는 것은 당연했다. 이러한 근로자를 고용한 업체의 사장은 복이 터졌다. 이들은 업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니 월급 인상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도 숙련기능인력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공로를 인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17년부터 외국인 근로자가 단순노무 분야에 장기간 종사하면 장기 취업 비자로 전환할 기회를 부여하는 숙련기능인력 제도를 운영해 왔다.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취득하면 국내 체류 기한 제한이 없어지는 획기적인 혜택도 부여했다. 국가가 정식으로 이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니 이 숙련공들로 인해 속 썩이는 일은 드물었다. 이들의 회사 기여도는 국내 근로자 못지 않았다. 분란을 일으키는 주범은 불법체류자 신분의 근로자였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중소업체 사장의 몫이 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입국 후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계약을 해지해 달라며 갖가지 태업을 일삼아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무단결근한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체류자로 신고하려고 고용노동부 관할지청에 전화한 후 황당한 답변에 놀랐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잘 해결하기 바란다.”라는 것이었다. 인력난에 울어야 하고 외국인 근로자 때문에 울어야 하는 경영자들의 처지가 딱하기 그지없다. 이 상황이 억울해 분통을 터트려도 해결책이 없으니 답답하다.

2022년 기준 외국인 체류자 수는 200만 명이 넘는다. 이 중 15% 이상이 불법체류자라고 한다. 이들 중 얼마나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이들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면 강제 출국제도 도입의 목소리가 높다. 이것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며 태업 등 부당행위를 할 때 강제 출국(38.2%)이나 재입국 시 감점 부여(26.8%)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는 우리 업체가 저들의 봉이 되어서는 안 된다. 휘둘려서도 안 된다. 국가가 나서야 해결될 문제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둘러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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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2023-07-17 10:15:35
구구절절 맞는 말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