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석봉과 그의 어머니의 일화는 유명하다. 한석봉의 어머니는 아들의 글씨 공부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행상도 서슴지 않았다. 공부에 지장이 없도록 당신은 끼니를 거르면서 먹과 종이를 사다 줄 정도로 지극 정성이었다. 아들이 나태해져 공부에 소홀히 하자 캄캄한 밤에 당신은 떡을 썰고 아들은 글씨를 쓰게 하는 내기를 한다. 내기는 어머니가 이겼고 아들은 어머니의 헌신에 감동하며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한다. 그리고 마침내 조정에 나아가 뛰어난 글씨로 국가의 여러 문서와 명나라에 보내는 외교 문서를 썼다.
한석봉의 어머니는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아들의 글씨 공부를 위해 노력하고 희생한 헌신적인 어머니였다. 이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 아니라 역사 속의 기록이다. 어머니의 피나는 뒷바라지 덕에 그는 조선 최고 문필가가 된다. 특히 그의 석봉천자문은 조선천자문 표준이 되었으며 왕실과 사대부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 서당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는 평범한 여성은 감히 흉내 내기도 어려운 강한 어머니였다. 장남 안중근이 독립운동을 위해 그녀에게 마지막 하직인사를 하자 “집안일은 걱정 말고 끝까지 남자답게 싸우라”라고 격려한 말은 유명하다. 안 의사가 하얼빈 의거 후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자 면회 가는 두 동생 편에 ‘비겁하게 항소하지 말고 깨끗이 죽음을 택하는 것이 이 어미의 희망이다. 옳은 일을 한 사람이 그른 사람들에게 재판을 다시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혹시 자식으로서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이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라는 자신의 뜻을 전한다.
세상 어느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조 여사는 조국을 위한 아들의 위대한 의거를 훌륭하게 생각했다. 아들이 죽음 앞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옳은 일을 하고 죽는 것은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라고 남긴 말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아들의 위대한 업적은 위대한 어머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듯 역사 속의 어머니는 희생과 헌신, 때로는 강인하기까지 했다.
이 어머니의 표상(表象)이 세월이 흘렀다 하여 변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도 어머니의 사랑은 무한하다.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어머니는 자녀에게 모든 것을 주고, 때로는 자신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희생하기도 한다. 그 사랑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과 희생을 실천하는 방법을 배운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지 반문해 본다. 애석하게도 자식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굴레처럼 덧씌운 불효(不孝)가 한없이 부끄럽다.
사람이 태어나서 제일 먼저 배우는 단어는 ‘맘마’고 ‘엄마’이다. 태어나서 제일 먼저 보는 것도 엄마의 눈동자다. 어머니보다 위대한 스승은 없다고 했다. 언제 생각해도 눈물 나는 단어 어머니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계신다. 젊었어도 늙었어도 어느 누구에게나 부르면 눈물 나는 단어는 어머니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뽑았는데 1위로 선정된 단어 역시 어머니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은 젖 먹는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동자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모습이라는 말도 있다. 이 세상에서 나 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그분이 바로 우리의 어머니이다.
유독 어머니가 그리운 계절 5월이다. 무심한 세월의 강을 건너오신 어머님 얼굴에는 주름이 깊이 파이고, 머리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섬섬옥수 고왔던 손은 뼈만 앙상히 남아 지팡이를 짚고 힘겨운 세상을 의지한 모습이 홀로 외롭다. 그리고 서럽다. 자식 뒷바라지로 질곡 많은 삶을 사신 어머니, 청춘을 자식과 맞바꾼 당신은 호강은 고사하고 편히 모시지도 못한 죄송함에 가슴이 아린다. 요즘 천벌 받을 세태는 부모는 어릴 적엔 디딤돌, 나이 들면 걸림돌, 더 늙으면 고인돌이라고 한다. 통탄할 일이지만 우리 모두 이 잘못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이 아름답고 위대한 가사 속에 어머니의 사랑이 다 담겼다. 그리고 이처럼 애절하고 훌륭한 가사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머니를 노래한 가사는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것은 그 희생과 사랑이 위대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자식들이 어떻게 보답해야 할 지 알지만 행동으로 옳기지 못하니 안타깝다. 그래서 불효자는 뒤늦게 후회하며 땅을치며 통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