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철선·소둔선 생산·판매 전년比 50% 이상 감소, 관련 업계 폐업 잇따라
국내 생산기반 와해 시 ‘제2 요소수 사태’ 등 우려, 수입재 대응 위한 인증제도 정비 등 필요
고금리 장기화와 채권시장 불안, 재정 투입 감소 등으로 인해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관련 업계의 경영도 악화되고 있다. 특히, 건설 부문을 주 수요처로 삼는 철선업계의 경우 그 타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철선업계가 생산하는 주력제품인 철선의 올해 1분기 생산 및 판매는 각 3만9,958톤, 2만6,076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3%, 55.0% 감소했고, 또 다른 주력품목인 소둔선의 경우 1분기 생산 및 판매가 전혀 없었다. 철선업계와 철망 및 금속울타리업계 등이 제조하는 철망의 경우 생산은 3만9,706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7% 증가했으나 판매는 4만4,315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4% 감소했다.
이와 같은 철선 품목의 생산 및 판매 감소에 대해 한국철선공업협동조합(이사장 박상엽) 안재중 전무는 “국내 건설 부문의 장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함께 중국산 수입재의 국내 시장 잠식으로 인해 관련 제조업체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전무에 따르면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이 심화된 최근 5~6년 동안 철근용 결속선 생산을 중단하거나 폐업한 업체들이 적지 않다.

수입재 증가에 따른 철근용 결속선 시장의 주요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수입재 증가로 인한 기술/품질 하락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가 원가 절감을 위해 기계적 성질과 두께 기준이 미달되는 저급 수입재를 우선 채택하면서 시장에서 결속선 품질 하락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이는 건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게다가 결속선을 포함한 철선 제조업체들의 경우 관련 규정의 미비로 인해 공공기관 등에 직접 납품이 불가한 탓에 저품질/저가 수입재 유입에 대한 대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원가 절감을 목적으로 한 원청의 단가 인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소 철선 제조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와 매출 감소에 따른 경영위기를 맞게 되었고 많은 업체들이 폐업 혹은 생산을 중단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안재중 전무는 “국내 철근용 결속선 시장은 월 4~5천 톤, 연 5~6만 톤 규모인데,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산 저가 수입재가 국내시장에 유입되면서 국내 제조업 기반 약화는 물론 건설 현장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재 철근용 결속선의 경우 국내 시장의 40%가량을 수입재가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결속선을 포함한 철선의 경우 각종 인증제도 미비로 인해 공공기관 납품이 어려워 수입재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중국산 결속선 완제품 가격은 1kg당 935원 수준이다. 반면 국내산 원자재인 연강선재 가격은 1kg당 880~960원이며, 결속선 완제품은 이보다 200원가량 추가된 1,080~1,160원이다보니 가격만을 기준으로는 도저히 경쟁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5~6년 사이 폐업하거나 업종을 변경한 업체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철선조합의 조합원사는 기존 35개사에서 작년 연말 기준 27개사로 감소한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내 철선업계의 생산 기반이 와해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철선 생산이 중단될 경우 예전 발생한 요소수 사태처럼 악영향이 심화될 수도 있다. 특히,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건설산업이 자재 공급망 붕괴로 더욱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안재중 전무는 “철근용 결속선을 포함한 철선 관련 제품군의 경우 KS 인증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토부 시방서의 규정도 미흡한 데다, HS코드도 명확하지 않다. 이와 같은 규정의 부재로 인해 저가의 수입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해도 대응할 방안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 관련 규정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