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비중 높은 파스너는 보합 수준, 철선·철망·금속울타리업계는 최악의 경기 침체 전망
“국내 선재 및 가공산업 보호 위한 조달 및 건설 관련 규정 개정해야”
국내 선재 가공업계가 건설업의 장기 침체와 중국산 수입재 범람으로 인해 하반기에도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본지가 파스너와 철선, 철망, 금속울타리 등 주요 선재 가공업계를 취재한 결과 자동차 부문의 비중이 높은 파스너업계를 제외하면 대부분 하반기 경기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파스너업계의 경우 주요 전방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자동차산업은 전년 대비 보합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산업기계류는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반면 건설 및 중장비 부문은 극도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이사장 정한성) 정진우 전무는 “국내 파스너업계는 70%가량이 CHQ선재를 주요 소재로 활용해 자동차용 파스너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의 경우 자동차 부문이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다른 선재 가공업계에 비하면 다소 양호한 상황이다. 그러나 건설 및 중공업 부문에서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파스너업계에서는 중국산 수입재의 침투로 인해 자동차를 제외하면 뚜렷한 돌파구가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철강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파스너 수입 물량은 9만9,428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는데, 이 중 중국산 수입재는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9만384톤을 기록하여 전체 수입재의 무려 90.9%를 차지했다.
게다가 공공조달시장까지 중국산 파스너가 침투하는 것은 큰 문제로 꼽힌다. 조합 측에 따르면 건설용 파스너 시장 외에 공공조달 비중이 높은 철도차량과 한국전력의 전신주에 사용하는 스텝볼트도 모두 중국산 수입재가 차지하고 있다.
철선업계와 철망업계, 금속울타리업계 또한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에 따른 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철선조합 안재중 전무는 “하반기에도 고금리에 따른 주택시장 부진과 저가 수입재의 국내 시장 잠식, 공공부문 장기 침체로 인해 철선업계의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주택시장은 물론 공공건설까지 침체되면서 수요 부진도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중국산 저가 수입재의 시장 잠식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재중 전무는 “중국산 수입 철선의 경우 국내 연강선재 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철망업계의 경우 다른 품목과 달리 중국산 수입재로 인한 문제는 적은 편이나 건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은 비슷하다.
한국철망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철망업계의 공공조달 품목인 용접철망과 돌망태의 관급 실적은 꾸준한 편이지만 민간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전체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에 따르면 철망업계의 대표적 조달품목인 용접철망은 부식 문제로 인해 수입재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용접철망의 경우 공공 부문보다는 민간 건설 부문의 수요가 훨씬 큰 편이지만 국내 건설시장이 장기 침체되면서 부진한 상황이다. 용접철근망의 경우 국내에서는 수요가들이 거의 채택하지 않고, 일부 민수시장에서만 판매되며, 돌망태는 SOC가 대부분 완료되어 수요가 적은 편이다.
철망조합 박천수 전무는 “주택시장 부진으로 용접철망의 민간시장이 침체되면서 철망업계에서는 조경 및 인테리어 부문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다만 철망의 경우 기본적으로 건설 경기가 뒷받침되어야 경기 회복이 가능한데, 국내 건설시장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경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울타리의 경우 최근 2~3년이 가장 힘들었는데, 올해에도 건설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속울타리업계에서는 상반기 조기 예산 집행에도 민수시장 부진으로 어려웠는데, 하반기에는 예년과 달리 공공부문 물량이 줄면서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속울타리조합 김유일 이사는 “금속제울타리 산업의 경우 기술적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데다 수요처 또한 건설 및 토목 시장으로 좁은 편이다 보니 최근의 건설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산업용 펜스 등을 제작하고 있으나 전체 시장에서 보면 수요가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관급시장에는 납품이 되지 않으나 민수시장의 경우 최근의 알리, 테무의 공습 이전부터 이미 11번가와 G마켓 등을 통해 중국산 금속제울타리의 수입이 많은 상황이라 국내 업계의 시황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선재 가공업계는 자동차 비중이 높은 파스너업계를 제외하면 전방산업인 건설 부문 침체로 최악의 수요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으로 인해 생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포스코 선재판매그룹 박병주 팀장은 “국내 선재시장의 경우 타 품목과 달리 업체들이 규모가 작고 영세한 데다, 주요 전방산업인 건설 부문과 공공조달시장에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수입재의 시장 잠식도 심한 편이다. 이에 고로사와 선재업계, 선재 가공업계가 힘을 모아 조달시장과 건설 관련 시방서 규정, 품질 인증제 등 국내 선재 및 가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