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맏형' 포스코 가격 인상안 발표 임박
톤당 3~8만 원 인상 추진…"추가 인상 계획도 있어 "
제품별 판가 고점 대비 10~16% 하락…'바닥론' 솔솔
동절기·가격 신뢰도 변수…일각 "인상 효과 지켜봐야"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냉연제품 인상을 단행한다. 국내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그동안 짓눌렸던 고로사들이 결국 한계에 봉착했다. 중국 수출 가격 폭등과 수요가들의 재고 부담이 해소되는 등 시장 분위기가 다소 안정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 中 철강가격·원료 가격 강세…"인상 명분 충분"

국내 냉연제품은 11월부터 최대 톤당 8만 원까지 오른다.
앞서 동국씨엠, KG스틸, 세아씨엠, 포스코스틸리온 등 재압연사들은 11월 냉연도금제품 가격을 5만 원 인상했다.
고로사들도 인상 행렬에 동참한다. 현대제철은 냉연 전제품 가격을 3만 원씩 올렸다. 포스코도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가격 인상 폭은 톤당 5~8만 원으로 결정됐다. 다만, 어느 시점부터 언제까지, 제품별로 얼마를 인상할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인상 발표 시기는 중국 전인대 상무위(11월 4일~8일)와 미국 대선(11월 5일)의 종료 직후가 가장 유력하다.
고로사들이 도미노 가격 인상에 나선 건 중국의 가격 폭등을 고려한 영향이 크다.
중국 원자재 시장 조사업체 성이서(生意社)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중국 내수 냉연강판 가격은 4213위안, 아연도금강판 가격은 4380위안을 기록했다. 국경절을 전후로 톤당 500~600위안 폭등을 거친 후 최근 6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1급 밀인 바오산강철, 안산강철, 번시강철이 11월 예고한 톤당 500위안의 인상이 차질 없이 반영된다면, 연내 최고점인 연내 최고점인 4500위안대와 5000위안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수출 가격도 상승세다. 중국 2급 밀의 열연강판 수출 오퍼가격은 불과 한달 전만 해도 400달러 중후반을 기록했지만, 현재 500달러까지 회복했다. 용융아연도금강판 수출 가격 역시 600달러 수준에서 700달러를 향해가고 있다. 국내 수입이 많은 안펑강철의 도금강판 가격은 지난 10월 15일 기준 연중 최저치 대비 톤당 100달러 오른 635달러(CFR)을 기록한 후 최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은 100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제철용 원료탄 역시 마찬가지의 흐름으로 최근 220달러를 넘어선 후 2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원료 가격 반등까지 나타나자 고로사들은 마진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통상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 원가 비중이 늘어나 철강사들은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에 따라 판매가 조정이 불가피했다"며 "수시로 가격 조정을 논의 중이며, 추가 인상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냉연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냉연도금제품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시기다"라며 "중국 가격은 최저점 대비 톤당 최소 40~50달러 정도 상향 조정을 거쳐 안착했고, 철광석에서 열연으로 이어지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 등 원가 요인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고로사들의 가격 인상 명분은 충분해보인다"고 말했다.
○ 가격 신뢰도 바닥 vs 수요 개선 요인…엇갈린 인상론
고로사들은 가격 인상분을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체 판매 중 냉연제품 비중이 30~40%대를 차지하는 주력 상품인 만큼 고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제품값 인상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 영업이익도 타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올해 1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당시 고로사들은 톤당 5만 원을 인상했다. 그러나 가격 인상을 발표하더라도 판매 부진과 시황 악화 탓에 가격 인상분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 5월부터는 비공식 할인을 통해 가격을 낮춰 판매 활성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현재 냉연 유통가격은 모두 올해 1월 고점 대비 평균 10~16% 가까이 떨어졌다. 100만 원 중후반대였던 산세강판과 냉연강판 가격은 최근 90만원 선 아래로 하락했다. 도금강판은 120만 원 중반대에서 110만 원대를 지켜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모 고로사에서 중국산 수입 대응 차원에서 최근 실시했던 비공식 할인 조정까지 감안하면 가격 인상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로업계 관계자는 "할인율 조정으로 냉연제품 시장 가격 교란이 발생한 가운데 해당 물량들이 인상 시점과 맞물려 저가로 공급된다면 시장 가격의 안정적 운영이 어렵다"며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만 갖고 생각하지 말고 거시적으로 현안 극복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제조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국내 냉연 제품 가격이 이미 바닥을 나타냈고, 곧 겨울 시즌에 접어들면서 계절적 영향으로 특별한 호재가 있지 않는 이상 당장에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반등의 가능성이 없진 않다.
우리나라 냉연시장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시장 점유율은 80%를 차지한다. 시장 지배력이 큰 양대 고로사가 가격 관리에 팔을 걷은 만큼 국내 냉연업계에 파장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냉연강판을 원료로 사용하는 용융아연도금강판(GI)과 전기아연도금강판(EGI) 등은 물론 그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한 산세강판(PO) 등 기초 품목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수요 사정도 양호한 편이다. 냉연 제품들의 핵심 수요처인 자동차, 건설, 가전산업들의 재고 수준이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총 자산 대비 재고자산 구성비율을 분석한 결과 세 곳 모두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6.4%에서 올해 같은 기간 6.2%로 떨어졌다. 건설 경기 침체로 가장 우려가 많았던 현대건설도 3.2%로 재고 부담이 지난해보다 0.5% 줄었다. LG전자는 14.8%에서 15.7%로 0.9% 소폭 증가했다.
냉연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고로사들은 가격 인상 지뢰를 밟고 있는 형국이었다"며 "발을 떼게 되면 한순간에 가격 인상의 봇물이 터질 수 밖에 없는데 지금이 그 시기인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