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승소 자신하면서 배후에선 지분 매수…지분 매입시기 문제 지적돼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서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최근 장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것에 대해 매입시기 문제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추가 취득과 관련 지분 매입 시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난 7월 시행된 '대주주 사전공시제도' 취지에 벗어나 법적인 구멍을 활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11일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10월 18일부터 11월 11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1.36%(28만2366주)를 장내에서 취득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그런데 MBK파트너스가 지분 매입을 시작한 지난달 18일은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멈추라는 2차 가처분 소송을 낸 후 심문기일이 열린 날이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2차 가처분의 인용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고려아연의 89만원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회사 돈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에 쓴다는 배임 소지를 따진 1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미래 투자를 위해 사용할 임의적립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논리로 2차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러한 영풍·MBK의 움직임으로 인해 주식시장에서는 2차 가처분 결과를 기다리며 가처분 인용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로 주가 상승이 제한됐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를 틈 타 저가 매수에 나서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실제로 10월 18일 고려아연 주가는 상승이 제한되며 82.4만 원에 마감됐다. 2차 가처분 기각 결과가 나온 이후에는 다시 주가 상승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금융업계 일부에선 이 같은 정황이 기존 주주들에게 가처분 인용 가능성을 알려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뒤로는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시세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주주들에게는 가처분 승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알린 후 같은 기간 저가에 지분을 추가 취득한 것”이라며 “가처분 인용 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불가해 경영권 싸움이 끝날 것으로 본 주주들에게 역선택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MBK파트너스의 지분 취득은 지난 7월 시행된 ‘내부자 사전공시 의무제도’를 회피한 사례로도 지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24일 내부자의 주식거래에 대해 일반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내부자인 임원 또는 주요주주(10% 이상 주식 보유 혹은 사실상 영향력 행사 기준, 개인 및 기관)가 회사의 주식을 매수·매도하는 경우 30일 전에 미리 공시해야 한다. 대상이 되는 주식은 지분증권,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연기금과 펀드 등 집합투자기구와 은행, 금융투자회사 등 재무적 투자자들은 체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사전공시 의무자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MBK파트너스가 사정공시 의무 제외대상인 집합투자기구에 포함되는 재무적 투자자에 해당하느냐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MBK가 영풍 측과 향후 지분을 교환할 수 있는 풋옵션·콜옵션 계약을 맺은 상태로 사실상 이번 경영권 분쟁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MBK가 설립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지난 9월에 이미 28% 이상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한 점은 사실상 영풍과의 특수관계자 지위인 것을 알린 셈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12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긴급하게 결정하면서 시장 상황 변화 등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해 우려를 키웠다”며 사과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국 철회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