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음식이라면 좋겠어

 철이 음식이라면 좋겠어

  • 철강
  • 승인 2024.12.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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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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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제품이 음식이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원재료로 어떤 레시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요. 눈과 코로 느끼고 그다음 입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자의 발상에 열에 아홉은 미쳤다고 답했다. 공산품이랑 식품이랑 어떻게 같냐는 논리에서다.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작금의 상황이라면 다르더라도 억지로 음식과 같이 여겨야할 때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거나 안 먹는 분위기다. 항생제와 호르몬을 사용하지 않고 기른 소고기, 무항생제 영계 삼계탕, 동물복지 계란 등 유기농과 친환경 제품들은 없어서 못 판다. 

줄세우는 식당도 인기다. 이 식당들의 공통점은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정직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리산 흑돼지 원육 중에서도 가장 큰 도체, 국내 최고급 파스퇴르 생크림, 프랑스산 최고급 끼리크림치즈의 맛을 의심할 수 있을까.

철강업계는 정반대다. 정체불명의 저가 수입재로 건설 제품을 만든다. 철판 두께가 영 아닌데도, 표면이 엉망진창인데도 그 위에 프라이머를 떡칠해 컬러강판을 만들어낸다. 관세청이 ‘라벨갈이’ 제품을 최근 5년간 조사한 결과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 중 철강 제품이 가장 많았다는 것도 창피할 따름이다. 재료에 자신이 없어 미원을 왕창 넣은 제육볶음이나 중국산 부세가 영광굴비가 된 꼴이 아닌가.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철강 갖고는 장난을 친다.

철의 맛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MTC(Mill Test Certificate)을 통해 철의 성분, 강도, 연신율 정도가 최선이다. 

최근 철강 제품의 원산지를 조강 기준으로 판정하자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지만 모두가 환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조강 능력을 갖춘 제조사는 한정적인 만큼 자칫 이들 제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오인될 수 있어서다. 조강에 투입된 원료의 원산지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정보의 비대칭성도 발생할 수 있다.

조강 원산지 표기보다는 원산지 표기를 하면 어떨까. 범위도 더 넓혀보는 게 좋겠다. 농식품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처럼 철광석, 유연탄, 아연, 알루미늄 등 기초 원료부터 압연유, 페인트 등까지도 어느나라 것인지 구매자에 정보를 낱낱이 드러낼 수 있게 말이다.

혹여 누군가 수입산을 쓴다고 해서 따가운 눈총을 줘서도 안된다. 원산지 표기의 목적은 수입산 근절이 아닌 투명한 정보 공개에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철강, 어디 철씹니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구매자의 몫이며, ‘이 철강, 맛있습니까’는 그들의 수준이나 취향이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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