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제조·가공, 실수요고객 등…많은 韓기업 멕시코에 공장
멕시코 정부 민감 품목 관세 유예 중단…'철강 관세 25%+α'
"앞으로 있을 미국 신행정부의 관세 조치에도 대응해야"

철강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의 파급 효과를 주시하는 가운데 국내 냉연업계도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중심주의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냉연 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냉연 업계는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중국에 앞으로 부과될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얹어서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달러 체제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할 경우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주축이 된 신흥경제국 브릭스(BICS)를 향해서도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 캐나다 등 무역 파트너국은 물론 경쟁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수는 단연 멕시코다. 멕시코를 대미(對美) 수출 교두보로 보고 투자한 우리나라 냉연 제조·가공사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현지 사업장을 두고 있어서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는 제품의 육로 운송이 가능한데다 값싼 인건비로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미국에 무관세로 제품을 팔 수도 있다.
국내 냉연 업계는 한국산 코일들을 멕시코에 수출해오고 있다. 코일들은 해외 생산 법인으로 보내 재가공을 거쳐 판매하거나, 고객사에 스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현지 유통 판매 등 목적으로 보내진다.
국내 냉연 업체 중 멕시코 현지에 공장이 있는 곳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씨엠, 아주스틸, 삼우 등이다. 포스코는 멕시코 현지에 자동차강판 공장(CGL)을, 현대제철과 동국씨엠은 가공센터(SSC)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에서 나온 대부분의 코일 제품은 추가 가공을 거쳐 완제품으로 생산돼 현지에서 소화되거나 미국으로 옮겨진다.
연간 한국산 냉연강판의 멕시코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63만 8,054톤이다. 아연도금강판과 컬러강판 등은 각각 53만 6,481톤과 17만 1,101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8%, 5.6%, 4.8% 증가했다. 전체 수출 비중은 냉연강판(14%), 아연도금강판(12%), 컬러강판(13%)으로 약 6분의 1 수준이다.

냉연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면 멕시코에 대한 무관세 장점이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현지 생산은 물론 유통·가공에 대한 수요도 감소로 냉연 업계에 수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냉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애초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MSCA)을 활용해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보내기 위해 멕시코 현지에 진출했는데 현지 공장 운영이 장점이 없어지게 생겼다"며 "미국의 관세 조치는 멕시코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내 냉연업계에는 결코 반갑지 않은 변수다"라고 밝혔다.

멕시코의 관세 정책도 업계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멕시코의 정책 변화 또한 업계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멕시코 경제부는 지난 5월 임시수입 민감품목에 대한 Rule 8(Regla Octava) 적용을 중단했다.
Rule 8은 2006년 5월부터 적용되는 수출입 특혜 프로그램으로, 멕시코는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생산량이 부족한 원자재와 자원에 한정하여 수입 관세를 면제해 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한국산 철강 제품에는 정상관세 25%가 붙고 있다. 또 철강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제조하는 가전과 자동차 업계의 원가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멕시코의 관세 정책과 정권 교체 등으로 멕시코 제조업 투자 시 마킬라도라 수출서비스산업 진흥 프로그램(IMMEX)과 산업 부문별 진흥 프로그램(PROSEC) 혜택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멕시코 현지 사업과 제품 수출 등에 불리한 환경이 마련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멕시코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일수록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냉연 업계 관계자는 "통상 조건 변경 요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는 각 기업별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사전에 검토하고, 미칠 영향을 심층 분석해야 한다"며 "앞으로 있을 미국 신행정부의 관세 조치 방식에 대한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통상 리스크를 점검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