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반덤핑 이슈②] 재압연사 "열연 반덤핑 조사 동의 못해…전면 재검토 필요"

[HR 반덤핑 이슈②] 재압연사 "열연 반덤핑 조사 동의 못해…전면 재검토 필요"

  • 철강
  • 승인 2024.12.20 11:45
  • 댓글 1
기자명 손유진 기자 yjson@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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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HR 수입 감소, 수입단가도 낮지 않아" 
"하공정 수출 타격 불가피…상생방안 찾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대제철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열연 반덤핑 신청에 앞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재압연사 등으로 구성된 사전 협의에서 수차례 회의를 거쳤지만 상생안을 찾지 못한 채 진행되어 더 시끄러워지는 분위기다. 현대제철은 중국산과 일본산 등 저가 수입산의 열연강판의 유입 증가로 국내 철강 시황이 무너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압연사들은 현대제철의 문제를 국내 철강산업의 피해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재압연사 관계자는 “국내 철강산업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이 현대제철만은 아니다”라며 “열연강판 반덤핑은 원가 부담 상승으로 인한 단기적으로는 재압연사, 중장기적으로는 연관 산업들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했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사이자 대형 고객사들에 사실상 상생안이 아닌 인상안을 미리 제시한 것”이라며 “재압연사가 산업 경쟁력을 잃어간다면 구매력 약화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에 대한 국내 재압연사들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 열연 수입 역대 최대량, 최저가? 


 

현대제철에서 생산하는 열연제품./현대제철
현대제철에서 생산하는 열연제품./현대제철

올해 열연강판 수입량은 역대 최대, 단가는 최저도 아니다. 수입은 지난해보다 줄었고, 수입 단가도 과거 사례를 볼 때 폭락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11월 열연강판 수입은 301만 3,610톤으로 작년(336만 8,575톤) 대비 10.5% 줄었다. 수입에서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산과 중국산은 각각 171만 7,513톤, 127만 5,796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9%, 2.4%씩 감소했다.  

올해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 연간 수입은 350~360만 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최근 10년간의 수입 데이터로는 평균 수준이다. 열연강판 수입이 많았던 시기인 2014~2017년 기간 평균 471만 톤에 비해 최근의 수입량은 약 100만 톤 줄었다.  

수입 평균단가도 역대 최저가 아니다. 지난 2017년 중국과 일본의 열연강판 수출 단가는 363달러와 394달러였고, 호황기였던 2021년에도 중국 단가는 500달러, 일본 단가는 482달러였다. 올해 중국과 일본의 평균 수입단가는 각각 607달러, 613달러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는 호황 시절 대비 각각 21.4%, 27.2% 높은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평균 단가와 비교해서도 7.1%, 5.5% 높게 형성돼 있다.

재압연사 관계자는 “지금보다 100만 톤은 더 많았던 2016년이나, 열연 수입가격이 톤당 300~400달러 수준이던 선례가 있었음에도 2017년에 반덤핑 제소를 신청하지 않고 왜 이제 나서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며 “과거 데이터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에만 초점을 두는 신청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다른 재압연사 관계자는 "국제 가격이 높거나 낮다는 기준은 우리나라 고로사들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 고로사가 올해 11월까지 진행한 베트남, 튀르키예, 대만향 수출 가격은 각각 550달러, 589달러, 556달러인데 같은 기간 국내로 유입된 일본과 중국산 열연강판 제품 평균 단가인 600달러보다 더 낮은 가격이었다는 것에 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  내부 문제를 외부로?


 

사진=철강금속신문 DB
사진=철강금속신문 DB

현대제철은 수익성 악화의 이유로 열연강판을 지목했지만 재압연사들은 의문을 갖고 있다. 현대제철의 열연강판은 자동차용 냉연강판 등 소재로 대부분 투입되는 만큼 외판 물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최근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현대제철은 1,392만 7,700톤의 제품을 생산했고, 이 가운데 외판용 열연 생산은 열연 194만 5,000톤으로 전체에서 네 번째로 많았고, 비중은 13% 수준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현대제철이 외판용 열연강판 생산을 최근 3년간 해마다 늘려온 것이다. 시황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15%가 늘었다. 반면, 봉형강과 후판, 자동차 부품 등 생산은 각각 19%, 1%, 11% 각각 줄었다.

재압연사 관계자는 "현재의 시황에도 공급량을 늘린 것은 수요 예측을 잘못한 것"이라며 "판매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거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현대제철 내부에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수익성 악화가 판재 부문에 집중된 것만은 아니다. 현대제철의 올해 3분기 국내 매출 실적을 살펴보면, 봉형강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고, 판재 사업 매출은 6%, 중기계 매출은 34%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판재 부문에서의 이익 감소가 적고, 후판과 열연 판매 부진에도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실적 만회가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 수익성 악화는 기타 품목이나 경영 관리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대제철의 열연강판 수익성 악화는 제품 경쟁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재압연사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열연강판 품질은 표면과 형상 부분에서 수입산 대비 우위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대부분 범용 제품들이다"라며 "품질 차별화나 경쟁력이 없는 제품이지만 납기는 빠르기 때문에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재압연사 관계자는 "열연강판의 강종 범위가 넓은 편인데, 반덤핑 대상 품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현대제철이 모든 열연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일이 아닌 여러 제품군이 반덤핑 부과 품목에 적용하는 것은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상생안 없는 일방적 통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압연사들은 현대제철의 열연강판 반덤핑에 대해 ‘일방적 통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열연 제품이 철강 시장의 생태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만큼 당사자 간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했다는 주장이다. 반덤핑 신청이 진행되는 경우, 국산과 수입산 가격이 동시에 폭등하면서 재압연사에는 부담만 더 늘어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며, 신청 철회 및 재협의를 촉구하고 있다.  

재압연사 관계자는 "최근 1~2개월간 사전조율 과정에서 재압연사 대다수가 반대했고, 상생 협의에 대한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신청한 것은 날치기 처리와 다름 없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양측은 수출에 대한 상생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압연사의 매출 구성을 보면 수출 비중이 내수보다 훨씬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가 부담이 심화할 경우, 수출 전선에서의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리스크가 고려되지 않았다. 또 미국과 유럽과 같은 고부가가치 지역보다는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해 오고 있다. 해외 시장별 강종 수요와 가격 수준에 맞게 제조 원가를 조정해야하며, 한국산 열연강판을 원료로 쓰는 것도 수출국에서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내수 시장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내 철강산업에서 무역 규제가 가장 필요한 곳은 하공정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압연사들은 통상 하공정 제품인 컬러강판, 석도강판, 아연도금강판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품목에서의 저가 수입재 사용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수입산 원료 사용을 확대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1~11월 아연도금강판 중국산 수입은 119만 3,80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12월 중국 2급 제조사의 아연도금강판 수출 오퍼 가격은 580~590달러 수준으로 현재 국산 제품(약 100만원 후반)과는 15~20만원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중국산 석도강판 수입은 지난해 사상 최대(4만 6,808톤)를 기록, 올해도 신기록을 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완제품의 공급 가격은 우리나라 석도강판용 원판보다도 더 저렴하다. 

특히 아연도금강판의 경우 고로사와 재압연사들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르다. 고로사들은 고수익 강종인 자동차강판을 대부분 생산하지만, 재압연사는 통풍구, 전선 트레이, 저가 건설재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저수익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소에 따른 수입산 가격 상승과 국내 열연강판 사용 비중 확대를 감당할 수는 없어서다. 실제로 20일 기준 수입산 수출 가격은 하루 만에 70~80달러 급등하는 등 원가 부담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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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2024-12-20 15:04:13
기사 감사합니다. 중국산 저가 공세로 여기저기서 관세 부과하라는 여론이 많아 그런가 보다했는데 기자님 기사를 읽어보니 또 일부 업계에서는 관세가 또 훌륭한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시선에서 사안을 볼 수 있게 해준 기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