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주문투입분부터 SPHC 강종 KS 규격 권고
비 KS 규격 다수인 국내 시장…한국산업표준으로 대체해야
현대제철이 철강재의 안전성과 품질 및 신뢰도 확보를 위해 자사 정품 열간압연강판 SPHC 강종의 규격을 한국산업표준(Korean Industrial Standards, 이하 KS)으로 전환 추진한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회사는 2025년 1월 주문투입분부터 열연강판 SPHC 제품을 KS 규격으로 생산한다.
현대제철이 지난 연말 고객사에 보낸 공문을 살펴보면, 회사는 “한국 열연강판 시장은 철강산업의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규격에서 JIS(일본산업규격) 규격 사용이 만연해 있다”라며 “현대제철은 철강협회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가표준인 KS 사용을 장려하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유통판매점 고객사를 대상으로 KS 규격 주문 투입을 권고한다”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이 정품 열연강판 규격 전환에 나선 것은 철강재 안전성 도모와 함께 국산 철강재 품질과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근과 H형강 등 KS 규격 사용이 절대적인 건설강재와 달리 열연강판 시장은 JIS와 Q강종(중국의 강재 등급 표기법) 등 비 KS 규격이 국내 유통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KS 규격에 적합하지 않은 철강재가 밀시트(검사성적서) 도용을 통해 정품으로 둔갑하는 등 국산 철강재 품질과 신뢰도를 끌어내릴 수 있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KS 전환 추진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해 정품 강종 및 규격 외 제품이 정품 제품으로 둔갑하여 판매된 사례가 적발되는 등 밀시트 도용이 만연해 있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KS 규격의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통해 기술장벽 구축도 본격화한다. 글로벌 철강 수요 감소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국내 철강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현대제철은 중국과 일본 철강업계의 비 KS 규격 과잉생산 물량이 국내로 저가에 풀리는 부분을 방지하고자 한다.
KS 규격을 통한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을 구축해, 수입산 비 KS 규격 제품이 국내에서 사용될 수 있는 범위를 좁히고 KS 규격 제품으로 해당 자리를 대체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제철은 비 KS 규격 제품의 밀시트 도용을 막기 위해 사례 적발과 포상금 활동도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JIS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표준규격이 아니다”라며 “품질에 대한 검증·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비 KS 규격 제품의 밀시트가 도용돼 유통시장의 품질을 저해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막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도 KS 규격 사용을 통해 국산과 수입 제품의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시장 안정화 대응의 첫 단추는 국내로 유입되는 제품은 KS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여러 제품이 경쟁하는 가운데 비 KS라는 링 밖의 제품을 링 안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KS 사용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철강협회는 KS 사용 확대가 수입재의 규격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시장에서 유통되는 철근은 KS 규격을 사용한다. KS 인증이 아닌 철근을 건설업에서 사용할 때 건설법규을 위반하게 된다. 이에 수입재 또한 99%가 KS 규격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근은 수입재의 99%가 KS다”라며 “철근은 JIS로 수입되는 케이스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철근이 KS로 수입되는 이유는 하나였다”라며 “철근의 경우 KS와 JIS의 스펙 등이 달랐기 때문에 KS에 맞춰서 수입된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