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씨엠 등을 필두로 컬러강판 가격 인상 릴레이가 시작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고환율 부담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 그동안 수요 부진에 호응해 가격 조정을 미루거나 철회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인상안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컬러강판 1위 제조사인 동국씨엠이 발벗고 나선만큼 다른 경쟁사들도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동국씨엠은 내달 1일부터 건재용 컬러강판 전제품 가격을 톤당 7만 원 인상한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11월 이후 약 3개월 만의 가격 인상이다. 동국씨엠은 애초 제조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열연강판의 가격 상승으로 12월부터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수요 부진에 시기를 늦췄다.
이날 포스코스틸리온도 가격 인상 소식을 알렸다. 2월 출고분부터 컬러강판 전제품에 대해 톤당 8만원 인상한다. 아주스틸과 세아씨엠 역시 컬러강판 출고 가격을 톤당 7만원 올린다.
네 업체 모두 원자재와 환율 상승에 따른 생산 원가 추가 상승을 인상 이유로 꼽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인상 요인이 매월 있었지만, 공정 효율화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미뤄왔다"고 설명했다.
컬러강판 제조사들은 이미 지난 11월부터 가격 인상을 예고해왔다. 지난 11월에는 평균 톤당 7~8만 원 올렸지만, 수요 부진에 백기를 들어야만 했다. 다만 원료 가격 고공행진 기간이 길어질 경우 컬러강판 가격 상승 불씨는 재점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철강 가격 중 유일하게 가격이 오르지 않았던 열연강판이 가격 인상을 시도하면서 연초부터 전체적인 가격이 들썩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판재류 제품의 기초 소재가 되는 열연강판 가격이 오르면 컬러업계에도 전방위적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
컬러강판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고로사가 공급하는 실수요향 열연강판 가격은 작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약 3~4만 원 수준 올랐다. 중국산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로 수입된 중국산 열연강판 평균 가격은 톤당 508달러 수준으로 전월 대비 19달러 올랐다.
이에 더해 산업료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진 컬러강판 업계의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대기업에 주로 적용되는 산업용(을) 전기료는 10.2%,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갑)은 5.2% 인상하는 방안이다.
컬러강판 제조사 관계자는 "수요가 눈치 볼 처지가 아니다"라며 "원료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와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더는 원가 압박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