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베스틸-삼호콘크리트, ‘제강 슬래그 재활용 체계’ 구축

세아베스틸-삼호콘크리트, ‘제강 슬래그 재활용 체계’ 구축

  • 철강
  • 승인 2025.01.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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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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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강 슬래그 활용한 고품질 순환골재 콘크리트 개발, 콘크리트 산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
부산물인 제강 슬래그 활용의 활성화 통한 자원순환 생태계 구축과 환경 보호 기대

특수강 제조업체 세아베스틸(대표이사 서한석)이 삼호콘크리트(대표이사 신을호)와 제강 슬래그를 골재로 재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삼호콘크리트는 2001년 설립 이후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한 국가 건설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주요 제품으로는 PC암거블록, 수로관, 맨홀블록 등이 있으며, 국내 콘크리트 산업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최근 천연골재의 고갈 문제가 심화되며, 공급 부족과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은 물론, 건설산업 전반의 성장 정체가 큰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천연골재는 주로 콘크리트의 골재로 사용되며, 자갈과 모래 등 천연에서 채취된 자원이 핵심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건설 수요로 인해 천연골재는 급격히 고갈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원재료 확보가 시급해졌다. 특히, 건설산업은 천연골재의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러한 자원의 부족은 가격 상승과 경쟁 심화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삼호콘크리트는 단순히 기존 공급망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동사는 환경 변화와 자원 부족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혁신적인 자원순환 경제 모델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천연골재 대체품 개발에 주력한 삼호콘크리트는 유럽 등 해외에서는 이미 철강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제강슬래그를 콘크리트 골재로 활용하는 연구와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동사는 특수강 제조기업인 세아베스틸의 전기로 제강 슬래그에 주목했다. 전기로 제강 슬래그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물질로, 이를 가공해 골재로 활용하면 천연골재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환경 보호와 원가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그러나 초기에는 슬래그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공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낮았다. 특히, 슬래그를 골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파쇄, 냉각, 숙성 등 추가 공정이 필요하며, 이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천연골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슬래그를 대체재로 사용하는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글로벌 트렌드와 맞물리며 대체 골재 활용은 새로운 기회로 부상했다.

대체 골재를 생산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슬래그 공급망 구축과 전문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동사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대·중소 상생형 공동사업전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신사업을 대기업이나 다른 중소기업과 협력해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3년 12월 개최한 세아베스틸과 중소기업 9개사의 공동사업전환 간담회 기념촬영.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지난 2023년 12월 개최한 세아베스틸과 중소기업 9개사의 공동사업전환 간담회 기념촬영.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삼호콘크리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기업인 세아베스틸과 협력하여 슬래그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2023년 11월, 중진공과 세아베스틸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슬래그를 활용한 친환경 골재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어 2023년 12월, 세아베스틸과 9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한 공동사업전환계획이 1호로 승인되며 본격적인 협력이 시작되었다. 동사는 약 1년 간의 연구와 실험을 통해 슬래그 골재를 사용한 콘크리트의 배합 비율과 성능을 검증했다. 압축강도와 휨강도를 포함한 품질 시험 결과, 대체 골재를 사용한 콘크리트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추가 테스트 이후 본격적인 제품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슬래그를 대체 골재로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규제였다. 현재 전기로 제강슬래그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를 콘크리트 골재로 사용하려면 환경표지 인증과 같은 엄격한 규제를 충족해야 한다. 특히, 특수강 제조에 발생하는 전기로 제강슬래그의 염기도가 높아 규제 지침에 따라 콘크리트용 골재로 활용이 제한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콘크리트용 골재로 사용되는 철강 슬래그의 염기도는 2.0 이하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특수강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는 염기도가 높아 관련 규제의 적용을 받는 사례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사와 세아베스틸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하여 이러한 애로사항을 완화하고, 자원순환과 환경 친화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을호 삼호콘크리트 대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혁신해야 한다. 중진공의 지원 및 세아베스틸과의 협력을 통해 고품질의 순환골재 콘크리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친환경 건설자재 시장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한편 삼호콘크리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천연골재 고갈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자원순환 경제라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했다. 이는 국내 콘크리트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다. 또한, 규제 개선을 통한 제강 슬래그 활용의 활성화는 자원순환 생태계 구축과 환경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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