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경영진 역량"...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이정환 교수

"중요한 것은 경영진 역량"...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이정환 교수

  • 비철금속
  • 승인 2025.03.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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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이원진 기자 wjlee@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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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M&A 성공해도 MBK, 경영 아닌 LP로서 기능할 가능성 커"
"경영 주체 영풍, 고려아연 장기 성장 초점 두고 기술 유출에 배타적"
영풍 경영 역량에는 물음표..."M&A성공 시 해외 사모펀드 경쟁력 강화 계기"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약 50년간 이어져 온 고려아연-영풍의 동업 역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2022년 말 취임한 최윤범 고려아연 3대 회장은 한화, 현대차 그룹 등 대기업의 우호 지분 확보 및 유상증자 발행을 통해 독립 경영 노선을 본격화했다.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이 최대주주인 영풍을 앞서게 되자, 영풍 역시 대응책이 필요했다. 상황을 역전 시킬 영풍의 전략은 동북아 최대 규모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합류였다.

MBK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고려아연 주식 공개미수 및 장내매수를 진행했고 그 결과 영풍.MBK 측 지분이 최윤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을 넘어섰다. 1월 열린 임시주총 전날까지도 의결권 지분이 열세였던 고려아연은 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활용한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주요 안건을 모두 통과시키며, 분쟁의 승기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7일 법원이 집중투표제 부분을 제외한 임시주총 의결 사항을 전면 무효화하며, 오는 28일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다시 한번 양측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본지는 고려아연 정기주총을 열흘 앞둔 18일,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경제금융대학 이정환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학계의 견해를 들었다. 이정환 교수는 정부의 경제 정책 및 기업 성장 전략에 수많은 자문을 해왔던 전문가로, 지난 1월에는 국회에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고려아연-영풍.MBK 사태는 적대적 M&A에 해당할 수 있는가?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MBK가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이정환 교수는 "넓은 의미에서 적대적 M&A란 현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합병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며 "고려아연의 경우도 최윤범 회장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적대적 M&A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부 세력인 MBK의 단독 행동이 아닌, 본래 모기업이자 최대주주인 영풍이 주체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적대적 M&A가 아닌 경영권 분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사태가 주주의 마음을 움직여 28일 주주총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가?


앞서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장에는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부동산을 담보로 한 무리한 여신, E-커머스 시장 경시 등 MBK 경영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으며,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 나타날 주가 하락 여부도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이정환 교수는 홈플러스 사태가 고려아연 주주에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모펀드에 대한 반감으로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주주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이 주주 배반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은 낮아 소액주주에게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자본에 의한 고려아연 인수가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이정환 교수는 "고려아연이 영풍.MBK측에 인수되더라도 MBK에 의한 경영이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MBK는 경영 주체가 아니라 LP로 남을 가능성이 높으며, 중요한 것은 잠재적인 경영 주체인 영풍의 경영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환 교수는 "공시된 실적 기준, 영풍 대비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이 더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다"며 "MBK 개입이 아닌, 영풍으로의 경영 주체 변화가 고려아연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MBK가 추가적으로 지분을 매수해 영풍을 밀어내고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망이 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익을 내는것을 제 1순위로 삼는 사모펀드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고려아연 지분 매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지분 매수보다는 LP(유한책임투자자)로서 채권을통한 수익 확보에 집중하며 경영을 영풍에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로 핵심 기술과 산업경쟁력이 국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가?


이정환 교수는 "경영주체가 될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이자 모기업인 만큼, 기술 유출 가능성이 높은 외국인 투자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MBK가 단기 수익을 위해 외국인 투자를 검토할 가능성은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 주체인 영풍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강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풍.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가 고려아연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정환 교수는 "경영진 교체에 따른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동안 MBK가 기존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이번에도 대규모 구조조정보다는 안정적인 고용 승계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조가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만큼, MBK가 포섭 전략 차원에서 더욱 나은 고용 승계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중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파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정환 교수는 "고려아연이 승리할 경우, 분쟁 관계자 및 주주들에게는 영향이 있겠지만, 산업과 기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영풍.MBK가 승리할 경우, 사모펀드의 M&A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며 정부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국내 사모펀드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해외 사모펀드의 국내 기업 M&A 시도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고의 목소리를 보내면서도, 사모펀드 자체를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사모펀드는 시장에서 위험자본으로 기능하며, M&A 활성화에 기여하는 만큼 그 자체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사모펀드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경영을 맡을 경영진의 역량"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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