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정기주총이 임박했다. 흡사 전쟁을 방불케 하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지난 임시주총에 이어 또 하나의 분기점을 맞는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양 측의 전면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는 이번 주총이 분쟁의 종식으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결권 기준 열세인 고려아연 측이 영풍·MBK 측의 이사회 진입을 전면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번 주총부터 도입되는 집중투표제를 통해 과반장악을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 장기화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 속 업계는 영풍·MBK가 몇명의 이사 후보를 이사회로 진입시킬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 측은 이사회 과반 장악을 막기 위해 기존 3인 인상 이사회 구성을 3인 이상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해당 안건이 가결될 경우 이사 8인 선임의 건 의결이 진행되나, 의결권 기준 약 6%의 열세를 가진 고려아연이 해당 안건을 통과시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부결될 시 이사 12인 선임의 건 또는 17인 선임의 건 의결이 진행된다.
당연히 영풍·MBK 측은 17인 이사 선임의 건을 통과 시킨 뒤 추천 이사 17인 전부의 이사회 진입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상술했듯 고려아연측이 집중투표제를 통해 일부 이사회 의석을 내주더라도,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은 필사적으로 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MBK 측도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이번 주총에서 끝을 보기보다는 일부 인원만을 이사회로진입시키며, 후일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주총 개최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흐름을 가를 결정들이 남아있다. 최근 영풍·MBK가 법원에 신청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결과가 늦어도 주총 전 27일날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으로부터 선메탈홀딩스(SMH)에 영풍 주식 10.3%를 현물 배당해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다.
결과가 나오게 되면,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던 주총 무사 개최 가능성이 더욱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이 영풍·MBK의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의결권 열세인 고려아연이 크게 불리해지고, 기각할 경우 지난 임시주총처럼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어 고려아연 측 안건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 측 모두가 사활을 걸고 싸움에 임하는 만큼, 결코 법원에 판단에 순종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승패의 분수령으로 보였던 지난 임시주총 결의사항들이 거의 무효화되며,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반백년 동업역사를 이어가고픈 영풍의 의지와 이제는 홀로서기를 원하는 고려아연의 의지가 충돌하며, 또 하나의 역사를 남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