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규제 발표 앞두고 ‘막차 수입’ 러시 우려…국내 시장 초긴장
철강업계가 열간압연강판(HRC)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4월 시황의 향방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무역규제 시행 이전 수입재 유입과 이번 가격 인상 발표가 맞물리며, 시장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철강업계는 반덤핑 예비판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6월까지는 국내 시황에 뚜렷한 상승 흐름은 없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등 국내 철강 제조업계는 4월 주문투입분 정품 및 수입대응재 열연강판 유통가격을 톤당 3만 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스코는 지난 1월에도 톤당 3만 원의 가격 인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제조업계의 가격 인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진과 단기 수입 증가로 수급 균형이 깨지며 시중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열연강판 반덤핑 예비판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수입재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에 국내 업체들의 가격 인상 시도는 시장에서 힘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후판 사례를 볼 때, 수입 물량 증가와 가격 약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진행했고, 무역위원회는 10월에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예비판정은 올해 2월에 발표됐다.
해당 기간 후판 수입재 물량은 급증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월평균 후판 수입량은 약 13만8천 톤에서 4분기에는 약 16만4천 톤으로 약 18.8% 늘었다. 중국산 후판 대상 반덤핑 예비판정을 앞두고 수입업계가 대대적인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시 수입 물량 증가와 함께 국산 후판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수입 과잉이 가격 약세를 이끌었으며, 열연강판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 1월 열연강판 수입은 21만 톤으로, 최근 7개월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높은 오퍼(offer) 가격과 강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이 수입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2월부터는 수입 물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산 오퍼가격이 톤당 460달러대로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회복됐다는 평가다. 이에 무역규제가 본격화하기 전 재고 확보를 위한 수입 계약이 이어질 전망이다.
무역위원회는 3월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 대상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으며, 예비판정은 이르면 올해 6월 나올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무역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국내 열연강판 시황이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수입산 열연강판의 덤핑사실이 인정될 경우, 수입재 유입은 줄고 국내 수급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입재 유입이 줄어든다면 가격은 오르고 시황도 회복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수요 확보를 위한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