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4.7% 인상하면, 정규·비정규직 월근로시간 격차 16.9시간 확대”
경제 성장률 범위 안에 인상률 상한 두고 최저임금 결정해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 소득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재)파이터치연구원 박성복 연구실장은 “노동계의 요구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14.7% 인상하면, 정규·비정규직 월근로시간 격차가 16.9시간(연 203시간) 확대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분석모형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루카스의 모형을 기반으로 최저임금과 정규·비정규직의 근로시간을 반영한 일반균형모형이며, 이는 거시경제 분석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현재의 의사결정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부분이 아닌 경제 전체를 고려하는 모형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1% 인상 시 정규·비정규직의 월근로시간 격차는 2.04%(1.15시간) 확대된다. 구체적으로 정규직의 월근로시간은 0.02%(0.03시간) 줄고, 비정규직의 월근로시간은 1.12%(1.19시간) 감소한다.
주된 이유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최저임금을 기초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소기업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비정규직의 근로시간을 줄인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정규직의 근로시간은 소폭 감소하는데 그친다. 비정규직의 근로시간 감소폭이 정규직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근로시간 격차가 확대된다.
위 분석 결과를 노동계가 요구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4.7%에 적용하면, 정규·비정규직의 월근로시간 격차는 16.9시간(연 203시간) 확대된다.
동일한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5% 인상하면, 정규·비정규직의 월근로시간 격차는 5.8시간(연 69시간) 벌어지고, 최저임금을 10% 인상하면, 정규·비정규직의 월근로시간 격차는 11.5시간(연 138시간) 확대된다.
위 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최저임금위원회 및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최저임금과 정규·비정규직의 월근로시간 격차가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분석해보면, 두 지표 간 강한 비례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분석에 사용된 월근로시간은 월단위 총근로시간(소정근로시간+초과근로시간)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은 2007년 3,480원에서 2024년 9,860원으로 2.8배 증가했고, 정규·비정규직의 월근로시간 격차는 같은 기간 21.8시간에서 56.4시간으로 2.6배 확대됐다.
두 지표의 추세 유사성을 살펴보기 위해 2007년부터 2024년까지의 상관계수를 계산해보면 8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이는 최저임금이 인상될수록 정규·비정규직의 근로시간 격차가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성복 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정규·비정규직의 근로시간 격차가 커지면, 오히려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소득 격차를 더 확대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며, “최저임금 인상률 상한을 경제성장률에 두고, 그 범위 내에서 인상률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최저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