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硏, 인공지능 기반 전주기 자동화 연구 시스템 개발

재료硏, 인공지능 기반 전주기 자동화 연구 시스템 개발

  • 철강
  • 승인 2025.06.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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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엄재성 기자 jseom@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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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신소재 개발 등에 걸리는 시간 및 비용 대폭 절감, 소재 개발의 새 패러다임 기대

한국재료연구원(원장 최철진, 이하 ‘KIMS’)가 기존에 올내 시간이 걸리던 신소재 개발 분야에 AI를 적용해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 주목받고 있다.

KIMS의 ‘오토노머스 랩(Autonomous Lab)’은 이와 같은 흐름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KIMS가 국가 소재기술 자립화와 디지털 전환형 연구개발의 핵심 연구기관임을 보여주는 성과이기도 하다.

KIMS 오토노머스 랩의 모습. 사진은 인간의 개입 없이 인장 시험을 수행하는 로봇 팔 활용 자동 인장기. (사진=KIMS)
KIMS 오토노머스 랩의 모습. 사진은 인간의 개입 없이 인장 시험을 수행하는 로봇 팔 활용 자동 인장기. (사진=KIMS)

KIMS 오토노머스 랩은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이 실험하는 ‘자율 실험실’이다. 연구자가 재료의 목표 특성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가장 효율적인 실험 조건을 찾아주고, 로봇이 자동으로 실험을 수행한다. 결과는 다시 AI가 분석해 다음 실험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실험과 분석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다. 이른바 AI, 로봇, 실험장비가 하나로 움직이는 첨단 연구 플랫폼이다.

로봇 팔이 금속 샘플을 집어 들어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고, 시편 제작을 위한 아크 멜터(Arc Melter, 금속을 고온으로 녹이는 장치)에 올려놓는다. 고온에서 금속을 녹이고 형상화하는 이 과정은 섬세함과 안전성이 중요한데, 로봇이 이를 오차 없이 수행한다. 이후 로봇은 실험에 사용된 재료를 튜브 퍼니스(Tube Furnace, 원통형 형태의 고온 가열 장비)에 옮겨 열처리를 진행하고, 완성된 시편을 X선 회절기(XRD, 물질 내부의 원자 배열을 분석하는 장비)로 운반해 정밀 분석까지 이어진다.

연구자는 실험실 장비를 직접 만지는 일 없이 컴퓨터 앞에서 간단한 명령만 입력한 뒤 실험 전 과정을 지켜보면 된다. 모든 장비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고, 인공지능이 실험 결과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실험 조건을 제안한다. 이렇게 오토노머스 랩은 사람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과 로봇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지능형 실험 환경을 완성했다.

전통적으로 신소재를 개발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복 실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온에서도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금속 합금 하나를 개발하는 데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하지만 오토노머스 랩을 활용하면 이런 실험을 몇 주 안에 끝낼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다.

오토노머스랩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 시스템이다. 첫째, 인공지능 기반 실험 설계다. 기존에는 연구자가 시행착오를 통해 실험 조건을 정했다면, 이제 AI가 수천 가지 조합 중에서 가능성이 높은 조건을 자동으로 추천한다. 둘째, 장비 자동화와 로봇 핸들링 시스템이다. 로봇 팔이 시편 제작부터 측정까지의 모든 실험 과정을 정밀하게 수행한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실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현저히 줄임으로써, 실험의 반복성과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순환 최적화 구조다. 인공지능이 실험 결과를 즉시 분석하고, 다음 단계 실험 방향을 스스로 정한다. 이 순환구조가 반복되면서 실험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빠른 실험 수행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실험 데이터를 끊임없이 누적하고 분석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면서 정교한 실험 설계까지 가능하다. 재료데이터·분석연구본부 이호원 본부장은 “일종의 강화학습 알고리즘처럼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KIMS의 오토노머스 랩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전주기 자동화 연구 환경을 갖췄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특히 이 시스템은 반도체, 2차전지, 수소 에너지 등 첨단산업뿐만 아니라 국방, 우주, 친환경 소재 개발 등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인적 자원의 한계를 보완하고, 숙련된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고난도 실험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율 실험실이라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KIMS는 앞으로 오토노머스랩을 더욱 고도화해, 디지털 트윈 실험실 구축, 멀티모달 AI 모델 연동, 대규모 소재 데이터 공개 등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숫자, 이미지, 실험값 등)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와의 결합은 소재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KIMS 최철진 원장은 “오토노머스 랩은 단순히 연구실의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국가 소재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라며 “인공지능과 소재기술의 융합을 통해 대한민국이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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