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예비판정 결과가 나왔다. 최대 33.57%의 반덤핑률이 책정된 가운데, 재압연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반덤핑 대상이 된 일본산 열연강판은 국내 재압연 업계가 애용하는 소재다. 국산보다 가격은 싸고, 중국산보다 부가가치성이 높은 탓이다. 이런 일본산 열연강판에 중국산을 웃도는 잠정 관세가 책정되면서 재압연 업계의 일본산 사용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제소 측에서 잠정 관세 부과 전까지 유입된 물량에 대한 소급 적용, 보세창고 활용 제한 등을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당연하게도 재압연 업계에서는 “너무한 처사 아닌가”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압연 업계가 곡소리를 내는 데는 현 시점 부진한 시황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산 컬러강판 가격은 유통 기준 115만~120만 원 수준이다. 1년 넘게 반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윤 역시 곤두박질치며 1톤 판매 기준 5만~7만 원 수준의 적자를 보고 있다.
문제는 저 정도의 판매 이윤이 일본산 열연강판을 소재로 사용할 때 나타나는 적자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산 열연강판은 일본산 대비 10만~15만 원 비싸다. 잠정관세 부과로 국산 소재 매입을 늘리게 되면 매출원가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도 어렵다. 수요가 저조한 현시점, 가격을 올리게 되면 수요자 측은 수입산을 사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것이 자명하다. 이미 가전 시장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만연해 상당수의 가전제품에 중국산 강판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산이라는 가격 하방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압연 제품에도 수입산 반덤핑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현재 재압연 업계는 중국산 아연도금강판 및 컬러강판 반덤핑 제소를 검토 중이다.
다만 반덤핑 제소를 하더라도 예비판정 및 잠정 관세 부과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번 열연강판의 경우에도 현대제철이 지난해 12월 19일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고, 약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예비판정이 이뤄졌다. 재압연 업계는 이미 2분기 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난 상태다. 하지만 그 앞에 기다리는 하반기는 밝은 햇살이 쬐는 도로가 아닌, 더 어두운 터널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