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대통령의 안전 걱정

황병성 칼럼 - 대통령의 안전 걱정

  • 철강
  • 승인 2025.08.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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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황병성 bshwang@sn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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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잃었다고 외양간을 없애 버리면 소는 영영 키울 수 없게 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보다 어리석은 대책이다. 물론 두 대책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소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소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방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적극적인 실천도 중요하다. 이것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소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를 잃었더라도 사후 대책이 중요하다. 외양간을 없애는 것보다 외양간을 새롭게 고치는 것이 대책일 수 있다. 소를 계속 키워야 생존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외양간에는 많은 사람의 생계가 걸려 있다. 특히 의식주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를 잘 키워서 판매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여러 식구가 먹고산다. 만약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을 없애버리면 이들은 당장 길바닥으로 내몰린다. 가장 급한 것이 생계를 잇는 것이다. 소를 키워서 팔아야 이것이 해결되는데 외양간이 없어지면 소를 키울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래서 외양간을 다시 고쳐서 소를 키우는 것이 현명하다. 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은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닌 것 같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7위 건설업체인 포스코이앤씨가 외양간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우리 업계의 수요 업체여서 그런지 딱하기 그지없다. 추상같은 절대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업체는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외양간 주인도 잘한 것은 없다. 소를 잃은 것이 아니라 죽게 했으니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외양간을 없애는 것을 검토하라는 지시는 어페(語弊)가 있다. 이것을 두고 의도된 손보기식 발언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외양간을 없애기 위한 법이었느냐는 비판도 따른다.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는 강경했다. 면허 취소와 입찰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언급했다. 매우 이례적이고 상징적인 발언이었다. 그러나 실제 ‘건설면허 취소’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정당한 사유와 절차에 따른 입증이 필요하다. 공공입찰 배제 역시 법적 근거와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행정처분이다. 즉, 이 발언은 법적 조치보다는 대국민 메시지로서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 본보기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한다. 백번 잘한 것이 없는 회사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신중함과 거리가 멀었다.

중대재해에 대한 엄정 대응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국가 최고 지도자가 법적 판단 전에 특정 기업을 지목해 존폐를 거론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 발언은 기업 활동과 근로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 원칙과 공정 절차에도 배치된다. 아무리 정책적 의지 표명이라고 해도 기업에 대한 시장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이 회사가 향후 정상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지적한 회사에 선뜻 일을 맡길 사람이 있을지도 걱정이다.

이것을 두고 문제는 맞지만 좀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전은 중요하지만, 건설현장 산업재해나 안전사고가 포스코이앤씨 만의 문제는 아니다. 구조적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사고는 근절할 수 없다. 특히 현장 노동자의 고령화와 저 숙련 이주노동자 관리 문제 등이 그렇다. 안전사고 예방을 아무리 강조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관리가 더욱 어렵다. 실제로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사고가 잦은 이유다. ‘사고를 냈으니 문을 닫아야 한다’가 아니라 ‘왜 사고가 났는지?’ 원인 규명과 예방이 필요한 것이다.

일하러 갔다가 죽어서 돌아오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더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통령의 질타는 이해가 간다. 올해를 ‘산업재해 근절의 원년’으로 만들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 표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이 놀랍다. 단순한 유감 표명을 넘어,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기업의 구조적 책임이자 사실상 ‘살인 행위’로 규정했다. 이처럼 징벌적 접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해가 발생하면 현행법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대통령 발언 이후 국회 전자청원 게시판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포스코이앤씨 면허 취소 발언 철회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사고 조사와 법적 판단 없이 대통령이 직접 면허 취소를 지시한 점,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부당한 피해, 발언으로 인한 건설업 전반의 위축 등을 지적했다. 비록 소수 의견일지라도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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