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이 본사 사옥 페럼타워(Ferrum Tower)를 재매입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작금의 어려운 현실에 이번 재매입이 적절한 판단이었냐는 것이다.
동국제강은 최근 삼성생명으로부터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를 6,450억원에 취득했다. 2015년 삼성생명에 매각한 지 딱 10년 만에 되찾은 셈이다.
페럼타워는 동국제강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이다. 페럼타워는 동국제강이 33년간 본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2007년 재건축해 2010년 완공한 건물이다. 공사비만 무려 1,400억원이 투입됐다. 신사옥 명칭도 고심 끝에 철강 그룹 정체성을 반영한 라틴어 철(Ferro)을 담아 '페럼(Ferrum)'으로 정했다.
문제는 201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회사는 신용등급 강등을 겪으며 급기야 2015년 페럼타워를 매각하기에 이른다. 당시에도 본사 매각은 없다며 극구 부인했지만 유동성 위기가 턱 끝까지 밀려오자 결국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건물 주인은 바뀌었지만 동국제강은 이후에도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으로 본사 이전 없이 페럼타워를 계속 사용해왔다. 다만 회사의 영혼을 빼앗긴 상황에서 뒷맛은 여간 씁쓸한 게 아녔을 게다.
동국제강은 페럼타워 재매입을 통해 그간 추진해 온 사업 구조 개편이 마침표를 찍고 재도약을 위한 '내실 있는 성장'으로 전환함에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다만 국내외 철강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수천억원대 자금을 들여 본사 사옥을 매입한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냐는 세간의 평가가 뒤따른다.
현재 철강산업은 나라 안팎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내수 침체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의 무차별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사실상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번 동국제강의 행보는 명분과 실리의 균형에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실리는 명분을 통해 힘을 얻고 명분은 실리를 통해 설득력을 갖는다.
상징 자산을 되찾아 기업의 자존심을 세운 것은 분명 긍정적이나 실질적인 경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창립 70주년 기념사에서 "임직원 모두가 '동국'만의 DNA로 다가올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자"고 주문했는데 바로 지금이 증명할 순간이다.